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동물약품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실제 실적과의 연관성은 기업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7일을 '전국 일제 소독의 날'로 정하고 전국의 모든 소·돼지 농장을 대상으로 구제역 차단 방역 작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구제역의 잠복기는 최대 14일로, 정부는 앞으로 일주일을 구제역 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구제역은 지난달 31일 충청북도 충주시 주덕읍 이후로 일주일째 추가 발생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올해 구제역은 지난달 28일과 29일 경기도 안성시에서 두 차례 발생한 것을 합해 지금까지 총 세 차례 발생했다. 구제역 발생과 함께 관련주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급등세를 보였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달 28일부터 전거래일인 이달 1일까지 동물약품업체인 제일바이오의 주가는 27.02% 급등했다. 이글벳(7.01%) 우진비앤지(5.67%) 씨티씨바이오(5.15%) 등도 강세였다.
이들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구제역 발생에 따른 동물약품 및 방역 제품의 수요 증가 기대감이다. 동물약품 기업의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긴급 주문이 들어와 관련 매출이 늘기는 한다"며 "그러나 구제역 장기화로 동물들이 너무 많이 살처분되면 동물약품 수요가 줄어 오히려 실적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구제역과 관련한 백신 접종은 1년에 2번 실시한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추가 접종 및 일제 방역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대응법이다. 살처분 장소에 대한 소독도 이뤄지게 된다.
이번에 앞서서는 지난해 3월26일부터 4월1일까지 7일간, 2017년 2월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 기간 제일바이오의 주가는 각각 9.52와 8.27% 상승했다. 우진비앤지는 6.53%와 2.43%, 이글벳은 2.34%와 1.86%, 씨티씨바이오는 1.04%와 2.13%의 상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당시의 주가 상승과 실적과의 관계는 기업마다 달랐다.
제일바이오의 2018년 1분기 매출은 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8%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영업이익 증가율도 31%로 줄었다.
우진비앤지는 2018년 1분기 매출이 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6억원에서 13억원으로 늘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231억원으로 1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21억원에서 37억원으로 확대됐다. 이글벳은 지난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하는 등 구제역 발생이 관련주 실적에 무조건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이 관련주에 실제적인 실적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기대감에 의지한 주가 급등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실적과의 관계를 알아보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