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대 최저…'매매 냉동'

입력 2019-02-07 07:10
한 달 동안 610건 거래…2006년 이후 최저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후 거래 늘 수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대출 규제로 집을 사기 어려워진 데다 세금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연일 하락하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수요자들마저 발길을 돌리고 있어 거래 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 ‘빙하기’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610건(거래일 기준)으로 잠정 집계됐다. 2006년 부동산 실거래신고가 의무화된 이후 1월 거래량으론 가장 적다. 지난해 1월(1만2562건)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예년엔 통상 3000~5000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1월 한 달 동안 이뤄졌다.


거래량 감소는 5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차단된 데다 신규 취득 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혜택이 줄어든 영향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해 8월 1만4981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9월 7222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10월(3267건)과 11월(1775건)에도 차츰 줄었다. 12월엔 1319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달엔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거래가 감소했다. 용산구에선 한 달 동안 아파트 5가구가 거래되는 데 그쳤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거래량은 193건에서 52건으로 73%가량 줄었다.

전체 매매에서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지난해 8월엔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22%(3317건)에 달했지만 지난달엔 12.4%(76건)에 그쳤다.

거래일 기준 집계는 국토부의 신고일 기준 통계와는 차이가 있다. 매매 실거래신고 기간이 거래일부터 60일까지인 까닭이다. 한두 달 전 거래가 특정 시기에 몰려 등록된다면 신고일 기준으론 거래량이 많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거래일 기준 집계에서 역대 최저 거래량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의 1163건이다.


◆“지금 왜 사…” 발길 돌리는 수요자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내리막을 걷는 동안 가격도 큰 폭으로 내렸다. 사당동 ‘이수역리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8억7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1년 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줄곧 10억원을 넘겨 거래되던 주택형이다. 신길동 ‘래미안영등포프레비뉴’ 전용 84㎡ 역시 9억1500만원에 실거래를 마치면서 10억원 선이 무너졌다. 고급 주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용산 알짜 땅에 들어선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59㎡는 지난달 18억7000만원에 매매돼 직전 거래 대비 1억원 정도 가격이 빠졌다.

서울 도심이 가까워 직주근접 수요로 각광받던 마포 일대 집값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전용 84㎡의 매매가격이 15억원을 넘어서면서 강북 최고가 아파트 반열에 올랐던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최근 고점 대비 1억원 이상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그나마도 선방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이 전하는 분위기다. 배찬석 아현스타공인 대표는 “평면과 동·향이 가장 좋은 물건이 지난달 14억원에 거래된 게 최근 2개월 동안의 유일한 매매거래”라며 “실수요자 대부분이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어 매수 문의 자체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거래 감소가 이어지면서 집값 또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공급이 많아 전셋값이 안정되자 매수 대기수요가 대부분 임대로 옮겨가고 있다”며 “봄 이사철을 앞두고 2~3월 거래가 반짝 늘지 않는다면 집값 하방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4월 이후부턴 매물이 늘어나면서 거래량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보유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처분을 선택하면서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고가 부동산의 경우 종전과 달리 투자수요가 받아줄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아니어서 가격 하락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