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법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기소한 데 이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기술 탈취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화웨이 연구소를 급습하고 함정 수사까지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FBI가 지난달 28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화웨이 연구소를 급습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리노이에 위치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아칸반도체는 화웨이의 기술 절취 시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FBI에 먼저 접촉했다. 이후 수개월 동안의 수사 끝에 FBI가 아칸반도체 창업자인 아담 칸과 최고운영책임자(COO) 칼 셔보프를 영입해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화웨이 임원과 만나도록 하는 함정 수사를 벌였다.
화웨이 엔지니어 엔젤 한은 먼저 아칸 측에 접촉해 2016년부터 협력 논의를 벌여왔다. 지난해엔 화웨이가 아칸 측에 미라지 다이아몬드 글라스 샘플을 주문했다. 미라지 다이아몬드는 업계 표준인 고릴라 글라스에 비해 강도가 여섯 배가 세며 스크래치에 대한 저항도 열 배 넘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요청으로 작년 3월 아칸이 화웨이의 샌디에이고 실험실로 미라지 샘플을 보냈다. 문제는 화웨이가 60일 안에 샘플을 반환한다는 약속을 어기고 아칸 측의 추후 이메일도 모두 무시하면서 시작됐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 샘플을 되돌려 보냈지만 절반이 깨진 상태였으며 깨진 나머지 글라스 조각도 사라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아칸의 칸 창업자는 화웨이가 자사 기술을 훔치려 했다고 판단해 FBI에 접촉했고 FBI는 두 회사가 주고 받은 이메일과 서류 등을 분석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FBI는 아칸의 기술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FBI 수사는 지난달 28일 미 법무부가 화웨이와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미 통신업체 T모마일의 로봇 기술 절취 혐의로 기소한 것과 별도의 수사다.
아칸 반도체는 공식 성명을 통해 “화웨이의 기술 절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FBI 수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이에 대한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