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400만원대도 무너진 비트코인…가상화폐 언제나 볕들까

입력 2019-02-04 05:46



(강경민 금융부 기자) 새해 들어 한동안 400만원 초반대에서 보합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은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400만원 선이 지난달 말 결국 무너졌습니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 기준으로 1일 오후 1코인당 370만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400만원선이 무너진 후 단 한 차례도 400만원대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비트코인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4대 가상화폐거래소 시세 평균을 산출하는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1일 1코인당 340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10일 4000달러선이 붕괴된 이후 단 하루도 4000달러대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 채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장격인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 리플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코인)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비트코인이 지난달 초 400만원 초반대에서 보합세를 보일 때 가상화폐 업계를 중심으로 400만원대가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죠. 전망은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에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는 점입니다.

가상화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가격 상승을 이끌수 있는 핵심 모멘텀입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죠.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크게 줄어든 데다 향후 가격 상승을 주도할 대형 매수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달 중순 이더리움의 하드포크(체인분리)가 또 다시 무산된 것도 가상화폐 가격 하락세를 부추겼다는 관측입니다. 하드포크는 기존 블록체인의 기능 개선을 위해 새로운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분리되는 방식입니다. 당초 이더리움은 지난달 중순 하드포크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되면서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두 번째였죠. 당시 하드포크 연기가 발표된 직후 국내 거래소에서 이더리움은 1만원 이상 가격이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한국 정부가 최근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한 자금모집을 불허하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것도 당분간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투자 위험이 크고 국제적 규율체계도 확립돼 있는 상황에서 ICO를 허용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가상화폐 업계에서도 ICO에 대한 정부 방침이 당장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죠. 그러나 지난해부터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정부의 이 같은 입장 발표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합니다.

가상화폐 업계의 유일한 희망은 조만간 개장을 앞둔 미국 가상화폐 선물거래소인 백트(Bakkt)입니다. 백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운영사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만든 가상화폐 거래사이트입니다. 백트는 가상화폐 보관과 거래, 결제 기능을 지원하며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지원할 예정이죠. 가상화폐업계는 백트가 비트코인에 대한 선물거래를 시작하면 시장에 신규 참여자가 늘면서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백트가 시장 방향성을 바꿀 결정적 호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가상화폐 시세가 소폭 반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하락세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죠. 영하의 추운 겨울 날씨처럼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따뜻한 햇빛이 스며들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끝) /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