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뽕' 논란 GHB…美선 1990년부터 금지한 약물

입력 2019-02-01 15:36
수정 2019-02-07 18:40
전예진 기자의 토요약국

해외선 이미 '데이트 강간 약물'
무색무취…몰래 타면 알수없어
복용 10분내 몽롱…의식 잃어
음료서 짠맛·비누맛 땐 뱉어내야


[ 전예진 기자 ]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을 이용한 성폭행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용됐다고 알려진 약물은 감마히드록시 뷰티르산(GHB)입니다. 국내에서는 속칭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이죠. 흰색 가루 형태로 주로 술이나 물 등 음료에 타서 복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GHB는 이미 해외에서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국 클러버들은 G, 지나(Gina), 리퀴드 엑스터시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네요. GHB는 한때 수면장애,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클럽 등에서 악용되면서 1990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판매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한국도 2001년 GHB를 마약으로 지정하고 소지하거나 유통, 사용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GHB를 이용한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2005년 영국에서는 스티븐 포트라는 40대 남자가 게이 사이트를 통해 만난 20대 남성 4명을 GHB로 살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을 죽음으로 몰고갈 만큼 위험한 약물인데도 여전히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죠.

GHB는 모든 마약이 그렇듯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향정신성 약물입니다. 이 성분은 인체 중추신경계에도 소량 존재하고 자연적으로 합성되기도 합니다. 레드 와인에 L당 4.1~21.4㎎ 정도 들어 있고 소고기, 감귤류에서도 극미량 발견되고 있습니다. 마약으로 사용할 때는 인공합성된 GHB를 500㎎ 이상 투여하기 때문에 자연에 존재하는 양의 25배 이상이 체내에 유입되는 겁니다. GHB가 인체에 들어오면 GABA b수용체에 작용해 10~15분 이내에 기분이 좋아지고 술에 취한 듯한 상태가 됩니다. 근육이 풀리면서 동작이 서툴러지고 갑작스럽게 졸음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심하면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몸이 떨리거나 구토, 두통, 환각 등의 증상도 나타납니다. 술과 함께 먹으면 이런 증상은 더 심해집니다. 잠이 든 것처럼 보이지만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고 근육이 수축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문제는 GHB가 무색무취여서 몰래 음료에 섞었을 때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데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머리카락 등 신체에 성분이 남는 다른 마약과 달리 복용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변으로 배출돼 증거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유일한 감별법이라면 짭짤한 맛이나 텁텁한 비누 맛이 날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취하는 것 같거나 몸이 이완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의식을 잃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몸을 옮기고 119나 경찰 등 믿을 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