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담보로 현금 대출받으세요"…네이버·카카오 출신들 설립한 스타트업

입력 2019-02-01 11:30
수정 2019-02-01 15:34
국내서 '첫 선'…해외선 이미 조 단위 시장형성


가상화폐(암호화폐)를 담보로 현금을 대출해주는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첫 선을 보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출신 멤버들이 모여 설립한 스타트업 더널리가 최근 출시한 암호화폐 기반 현금 대출서비스 ‘브릭’이 그것. 브릭은 암호화폐 비트코인(BTC)·이더리움(ETH)을 담보로 최대 300만원(만 29세 이하 및 만 70세 이상은 100만원)까지 가능한 소액 대출서비스다.

대출 절차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을 통해 진행돼 별도 서류나 공인인증서 확인은 물론 신용조회도 필요 없다. 사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 자체를 신용이자 담보로 본다. 전자서명, 대출 금액 송금도 카카오페이를 통해 간편히 진행되며 모든 거래 내역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암호화폐 주소로만 거래가 이뤄져 금융 기록도 남지 않는다. 이용자가 맡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담보돼 개인정보 수집이나 보증·추심 절차도 없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대출 서비스의 주요 타깃층은 암호화폐 장기 투자자들이다. 돈이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손해를 보며 팔기는 아쉽기 때문이다.


브릭에서 100만원을 대출 받으려면 0.53BTC 또는 17.11ETH(이상 1일 기준)를 담보로 맡겨야 한다. 담보율 50%에 맞춰 필요한 암호화폐의 개수가 달라진다. 0.53BTC와 17.11ETH는 현 시세로 환산하면 약 198만원 상당.

일반적으로 안정적 자산으로 평가받는 부동산 담보 대출이 감정평가액의 50~75%, 주식 담보 대출은 평가액의 40~70% 정도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들과 단순 수치상으로 비교해도 브릭은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다. 단 연 이자율이 15.82%로 높다. 100만원을 빌리면 한달 평균 1만3000원 정도 이자가 붙는다.

따라서 정말 급전이 필요한 경우보다는 암호화폐 가격이 대출 받은 시점에서 연 15.82%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장기투자자들이 주 고객이 된다.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 특성상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락한 시점에서 일종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있는 셈.

만약 담보로 제공한 암호화폐의 시세가 폭락하면 어떻게 될까. 브릭은 청산율 60%로 일종의 안전장치를 걸었다. 담보로 확보한 암호화폐 가치가 60%이하로 내려가면 즉시 청산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제공한 0.53BTC(약198만원)의 가치가 60%인 약 119만원으로 떨어지면 즉시 매각해 원금(100만원)과 이자를 제하고 남은 돈은 사용자에게 반환한다.


암호화폐 기반 대출 서비스 시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업체 블록파이(BLockFi)는 “지난해 6월 이후 관련 사업 수익이 10배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록파이는 BTC과 ETH를 담보로 개인은 물론 기업에게도 돈을 빌려준다. 최대 1000만달러(약 112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규제에 막혀 최대 300만원(만 29세 이하 및 만 70세 이상은 100만원) 내외의 개인 대상 소액대출이 한계인 점과 대조적이다.

온라인 암호화폐 대출시장 솔트렌딩(SaltLending) 등도 가파른 매출 증가와 이용객 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솔트렌딩은 2017년 6월 창사 이래 7만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암호화폐 기반 대출서비스를 이용했고 이용 금액은 총 5000만달러(약 556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암호화폐 투자자 마이클 노보그라츠가 이끄는 갤럭시디지털 역시 2억5000만달러(약 2774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해 암호화폐 담보 대출을 시작한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밝히는 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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