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만의 최고치 기록한 1인당 일자리수
‘고용’부분만 놓고 보면 일본 경제가 지난해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는 45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24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과에 대해선 일본 국내외에서 평이 엇갈리고 있고, 최근 각종 국가통계의 부실작성 의혹까지 겹치면서 적잖은 논란이 일고는 있지만 적어도 고용 측면에서만은 일본이 잘나가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1일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8년 일본의 평균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1자리수 비율)은 전년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1.61배를 기록했습니다. 1973년(1.76배)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구직자가 일자리를 골라갈 수 있는 비율이 45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입니다.
지난해 12월의 유효구인배율은 전월과 동일한 1.63배였습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살펴보면 도쿄가 유효구인배율이 2.15배로 가장 높았습니다. 유효구인배율이 가장 낮은 곳은 홋카이도로 1.22배였습니다. 도쿄는 구직자 한 명당 두개가 넘는 일자리가 있는 셈이고, 가장 일자리가 적다고 평가받은 홋카이도에서도 구직자수보다 일자리수가 많은 것입니다.
실업률에서도 일본은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지난해 평균 실업률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낮아진 2.4%로 1992년 이후 26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2월의 완전 실업률은 전월대비 0.1%포인트 하락한 2.4%였습니다.
일본의 고용환경 개선은 기업의 실적개선에 따른 고용확대와 생산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맞물려 일어났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일각에선 일본의 완전고용 상태가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데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한국 역시 가까운 장래에 청년실업이 자연 해소될 것이란 기대를 내비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산인구가 줄어든다고 저절로 실업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고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었는데 이후로도 10년 넘게 일본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 시기에 일본도 ‘취업 빙하기’를 겪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가 최근 김남주·장근호 한국은행 부연구위원과 함께 한국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도 막연한 낙관적 기대가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실증분석 결과, 30개 조사 대상국가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늘면 총수요가 줄어 오히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 역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일본이 지난해 거둔 탁월한 고용 성적표를 보면서 한국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생산인구가 줄면 자연스럽게 고용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적 기대에 머물러서만은 안 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본이 어떻게 고용문제를 개선해 나갔는지 심도깊은 연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