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합작 통합법인 설립 방식
현대중공업은 인수과정에서 최대 2조5천억 투입
이동걸 회장 "인위적 구조조정 없어"
삼성중공업 인수 길은 열어놔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국내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합작해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의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에 대한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도달하면서 민영화를 추진할 적기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산은은 31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앞서 산은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제안 안건을 의결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사진)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은 대우조선 보유 지분 55.7% 전량을 신설되는 조선통합법인에 현물 출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현대중공업과의 협상을 거쳐 현대중공업지주 산하에 조선통합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신설 법인의 최대주주는 28%의 지분을 가진 현대중공업지주이며 2대 주주는 산은(지분율 18%)이다. 조선통합법인 산하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편입된다.
우선 현대중공업지주는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 법인에 1조2500억원을 주고, 주주배정 증자를 통해 1조2500억원을 추가한다. 2조5000억원 중 1조5000억원이 대우조선에 지원되며, 나머지 1조원은 자금이 부족할 경우 추가 지원한다. 산은도 보유 중인 대우조선 주식 55.7%(5973만8211주)를 신설 법인에 현물로 출자한다. 이 대가로 신설 법인이 발행하는 우선주 1조2500억원과 보통주 8500억원어치를 합해 2조1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받는다. 대우조선 주식을 사실상 시가로 신설법인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은 “산은은 현물출자를 해 인수자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고, 여분의 돈을 대우조선에 투입하게 함으로써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의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중장기로는 공적자금 회수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MOU는 주식을 매각해 대우조선에서 손을 떼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엄연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산은이 대우조선 매각을 본격 추진한 건 대우조선의 정상화 기반이 갖춰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은 2015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이후 비용 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실시했다. 2016년 말 50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222%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7년 700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7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 회장은 통합 신설법인 출범에 따른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이미 실시해 인력 구조조정은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며 “대우조선은 2년치 수주를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인위적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중공업과의 MOU 체결이 계약을 확정지은 것은 아니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다른 조선업 ‘빅3’ 업체인 삼성중공업에도 인수 의향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삼성중공업의 제안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산은은 다음달 28일까지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입찰제안을 접수하고, 3월 4일에 최종 낙찰을 통보할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