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코앞인데…영어 공교육 혁신안 '감감무소식'

입력 2019-01-31 17:27
유치원·초등생 방과후 영어수업도 표류…"私교육 부추기나"

해 넘긴 학교 영어교육 방안
작년 5차례 회의했지만 원어민 교사 확대 등 이견
교육부, 상반기 확정도 불투명

방과후 영어수업 '국회 발목'
2월 처리돼도 새학기 적용 힘들어
교사 "학원가더라도 막지 못해"


[ 구은서 기자 ] 3월 새 학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부가 내놓기로 한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이 감감무소식이다. 작년 12월까지 사교육 수요를 줄일 수 있는 ‘영어 공교육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확정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31일 “확답할 수 없지만 상반기 중 발표가 목표”라고 말했다.

초등 1·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는 ‘공교육 정상화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방과후 영어수업 활성화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정책이다.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이 표류하면서 정부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불만이 일선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


미궁 속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정부가 내놓기로 한 것은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논란이 제기되면서부터다. 교육부는 지난해 3월 선행학습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결정을 1년 유예했다. 그 대신에 ‘영어교육 내실화 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정책연구, 자문단 회의 등을 통해 그해 말까지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다섯 차례 자문단 회의를 거쳐 가안은 마련했다”면서 “현장 적용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상반기 중 확정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초 해외 학교와의 원격수업, 원어민 교사 확충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어민 교사 확충은 각 교육청 사정이 달라 내실화 방안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안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영어 말하기 과목을 도입하는 방안도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언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현 수능 체제로는 학교 영어교육 왜곡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내신 등에서 영어 말하기 시험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어 평가 제도 자체를 건드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초등생 방과후 영어수업도 ‘깜깜’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도 ‘깜깜이’ 상태긴 마찬가지다. 유은혜 장관은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교육부의 당초 방침을 뒤집고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책 일관성을 위해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자 교육부는 선행학습금지법을 개정해 이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월 임시국회가 남아 있지만 일선 학교에선 2월 중 개정안이 처리돼도 1학기부터 수업을 하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요조사, 강사 선발, 위탁업체 선정 등 사전 준비기간이 최소 1~2개월가량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부모들이 자꾸 영어 방과후 수업을 재개하는지 물어봐 곤란하다”며 “영어학원으로 향하는 학생, 학부모들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