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무산 두 달 만에 전격 합의…'반값 연봉' 광주형 일자리 본궤도

입력 2019-01-30 20:15
광주시 노사민정 합의안 마련…31일 투자협약식

광주형 일자리 기사회생

연봉 3500만원 등 의견 접근
'단협 5년 유예' 조항도 포함

'노사가 향후 논의' 단서 달아
노동계 '딴소리' 땐 갈등 반복


[ 장창민/임동률 기자 ]
‘반값 연봉의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무산된 지 두 달 만에 전격 타결됐다. 광주광역시 노사민정협의회는 30일 회의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민정은 연봉 3500만원(주 44시간 근로 기준) 지급 및 단체협약 유예 등 투자 조건에 의견을 접근시켰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는 최종 합의를 거쳐 31일 투자협약 조인식을 할 예정이다. 다만 ‘단협 유예’ 부분은 향후 노사협의회에서 계속 논의하기로 해 노사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불씨’는 남게 됐다.

무산된 지 두 달 만에 다시 잠정합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주도하는 광주시는 이날 광주시청에서 노사민정협의회를 열었다.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해 지역 노동계를 대표하는 윤종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 의장, 최상준 광주경영자총협회 회장, 백석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와의 투자 협상이 결렬된 뒤 두 달 만에 다시 열린 회의다. 이 시장은 앞서 열린 한국노총 광주본부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반드시 현대차의 투자를 성공시켜 다른 지역으로 모델을 확산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광주시와 현대차가 그동안 협상해온 내용을 공유하고 이를 심의, 의결했다. 지역 노동계는 근로시간 및 임금 수준과 관련해선 기존 제시된 조건에 동의했다. 주 44시간 근로, 평균 초임 연봉 3500만원 수준 등이다. 쟁점이었던 단협 유예 조항에선 나름 절충점을 찾아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광주시는 이 합의안을 들고 현대차와 최종 협상을 벌일 계획이다. 광주시는 이르면 31일 현대차와 투자 협약식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자 임금을 낮추는 대신 주택·교육·의료 등을 지원해 실질적인 임금을 높여주는 ‘실험’이다. 광주시가 조성 중인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완성차 생산공장(62만8000㎡)을 짓고 이 공장을 경영할 신설 독립법인에 현대차가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연간 10만 대 규모의 1000㏄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직접 고용 1000여 명 등 직간접 고용 1만20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알맹이 조항’ 갈등 불씨 여전

이번 잠정안의 알맹이 격인 단협 유예 방안을 놓고 노사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노사민정은 지속 가능성 보장을 위해 ‘신설법인 상생협의회(노사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누적 생산 목표 대수 35만 대 달성까지로 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 조항은 지역 노동계가 작년 12월 법률에 위배된다며 삭제를 요구했던 문구다. 5년간 단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노동계의 ‘돌변’으로 ‘차량 35만 대를 생산할 때(약 5년)까지’라는 내용을 빼고 ‘조기 경영 안정 및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모호한 문구로 대체했다. 현대차는 “투자하기 어렵다”며 발을 뺐다.

현대차는 초기 경영 안정을 위해서는 단협 유예가 일정 기간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했고. 결국 지역 노동계는 이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여기에 부속 조항으로 ‘(단협 유예는) 노사협의회에서 향후 논의한다’는 조항을 추가로 넣은 것이다. 노동계의 우려를 고려해 이를 협약안에 명시하는 대신 향후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한다는 부속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협상의 주된 쟁점이 된 단협 유예가 사실상 ‘협의를 유예하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노사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협약 이후 노사협의 과정에서 단협 시행 및 노조 결성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현대차가 원하는 (5년간 단협 유예) 조항이 잠정합의안에 포함됐지만, 향후 지역 노동계가 ‘딴소리(단협 요구)’를 하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합의안 중 단협 유예에 대한 해석을 분명히 해놓지 않으면 향후 노사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장창민/광주=임동률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