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고가 작전' 중국서 참패

입력 2019-01-30 17:32
10년 만의 어닝쇼크

中 시장 분기 매출 27% 격감
연말 성수기 실적 15% 까먹어
올해 첫 분기 전망 더 암울


[ 김현석 기자 ] 아이폰 신화가 탄생 10여 년 만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중국’이란 두 장벽에 가로막혔다. 최고 1500달러(약 145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아이폰을 내놓은 애플은 지난 분기 매출이 15% 줄었고, 중국에서의 매출은 27% 급감했다.

애플은 29일(현지시간) 2019 회계연도 1분기(2018년 10~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843억달러(약 94조3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익은 0.5% 줄어든 199억6500만달러다. 최성수기인 연말 분기 실적으로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줄었다.

다만 이날 발표된 실적은 지난 2일 애플이 하향 조정한 전망치에는 부합한다. 당시 애플은 890억~930억달러였던 매출 가이던스(예상치)를 840억달러로 낮췄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매출 가이던스를 맞추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우리는 장기적으로 경영한다”고 말했다.

아이폰 매출은 519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6% 감소했다. 특히 지역별로 보면 중국에서의 매출이 131억700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179억6000만달러)에 비해 47억9000만달러(26.7%) 줄었다. 애플 측은 중국의 경기 둔화, 미·중 무역갈등, 위안화 약세 등을 이유로 지목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했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이폰XS맥스는 출시가가 1099~1499달러에 달했다.

쿡 CEO는 ‘아이폰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으냐는’ 질문에 “미국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신흥시장에서는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AP통신은 “애플이 아이폰의 수요 둔화를 값을 올려 상쇄하길 희망했으나 그 전략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애플페이와 애플뮤직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 부문에서는 29% 증가한 109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예상(108억7000만달러)을 넘어섰다. 다만 시장에선 아이폰 판매가 감소한다면 서비스 매출도 크게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은 올해 첫 분기 실적도 작년보다 못할 것으로 추정했다. 1~3월 매출 가이던스를 550억~59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611억달러)보다 적을 뿐 아니라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599억8000만달러)에도 못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스마트폰에 관세를 부과하면 애플은 더 큰 실적 하락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이번 분기부터 아이폰 판매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대수가 6560만 대로 전년 동기보다 14.2%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에선 1280만 대로 20.1% 감소한 것으로 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