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챔피언'을 키우자"..외국기업 압박나선 인도 정부

입력 2019-01-30 16:22


(김형규 국제부 기자) 인도 정부가 자국 스타트업들을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키우겠다며 이를 위해 외국기업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자국 챔피언을 키우려면 경쟁자를 억눌러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루나 순다라라잔 인도 통신부 차관은 지난주 인도의 정보통신(IT) 밸리인 방갈로르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기업인들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습니다. 순다라라잔 차관은 회담에서 “인도 기업을 세계 챔피언으로 만드는 국가 정책을 곧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도 기업을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야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그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성장한 중국 IT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성공적인 사례로 제시하면서 외국기업을 규제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입니다. 외국 기업 활동을 억제할 테니 인도 기업들이 그 사이에 힘을 키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새로 내놓을 외국기업 규제의 목표를 “국내 산업의 혁신을 장려하고 디지털 기업 부문을 잠재적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게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14억명에 달하는 소비 시장을 바라보고 인도에 진출한 아마존, 월마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과 더불어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인도 정부가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오는 4~5월로 예정된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핵심 유권자층인 자국 기업인들의 환심을 사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지난해 12월 5곳에서 진행된 주의회 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사진)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이 참패하면서 모디 총리의 재선이 쉽지 않아지자 표를 더 받기 위한 ‘당근’을 내세운 셈입니다.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꾸준히 ‘메이드 인 인디아’ 전략을 내세우며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인도 정부의 규제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인도 내 합작 회사를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인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플립카트를 160억달러에 인수한 월마트, 인도 합작 회사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아마존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14억명의 소비 시장을 가진 인도에서도 사업 확장이 녹록치 않게 됐습니다. 인도 정부가 수입산 휴대폰 디스플레이 패널 관세 인상을 다음달에 조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등의 비용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인도 산업계는 정부의 정책에 적극 화답하고 있습니다. 메신저 앱 하이크 창업자인 케빈 미탈은 “인도 첨단 기술 산업에 미국 기업들이 끼어들면 (우리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인도 정부의 규제가 시장 규모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자상거래업체 규제로 인해 인도 온라인 매출 규모가 3년내 46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끝) /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