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스포츠 콘텐츠 전문기업 '왁티' 강정훈 대표
창업 멤버들 모두 베테랑…올림픽 관련 사업 '척척'
삼성·미래에셋 등 6개社서 100억 투자 받아 해외진출 추진
英 골닷컴과 라이선스 계약…작년부터 의류사업 나서
경기결과 예측해 상금 분배…'피클' 서비스도 선보여
[ 배태웅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하면 떠오르는 상품이 있다. 검지와 엄지를 오므려 하트 모양을 만들 수 있는 ‘핑거하트장갑’이다. 방탄소년단, 엑소(EXO) 등 아이돌부터 국가대표 선수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장갑을 기획한 회사는 스포츠 콘텐츠 전문기업 왁티. 왁티는 창업한 지 3년이 채 안 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지만 지난달 6개의 투자사로부터 1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받았다. 설립 초기 받은 투자금을 제외하면 이번이 첫 투자 유치나 다름없다는 점 때문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전자 스포츠 마케팅팀 재집결
삼성벤처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를 비롯한 회사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선 이유는 뭘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만난 강정훈 왁티 대표는 “초짜가 아닌, 베테랑 멤버들이 있다는 게 우리 회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업계에선 알아주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삼성전자 입사 후 10년 동안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회사명 왁티(WAGTI)는 ‘We Are Greater Than I(나보다 우리가 더 위대하다)’라는 문장의 영어 앞글자다.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뭉치면 위대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 업체의 모토는 ‘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것’이다. 지난해 동계올림픽 때는 KT와 노스페이스의 마케팅을 대행했다. 스포츠와 관련된 상품을 기획하는 것도 왁티의 특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계약을 맺고 제작한 ‘올림픽 헤리티지 달항아리’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강 대표는 삼성전자와 제일기획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한 사람들을 끌어모아 왁티를 세웠다. 창업 멤버 다섯 명 중 강 대표를 포함해 삼성전자 출신이 세 명, 제일기획 출신이 두 명이다. 하나같이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다.
강 대표는 “200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10년 동안 총 다섯 번의 동계·하계올림픽 마케팅을 담당했다”며 “국내에 제대로 된 스포츠마케팅 기업을 세우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동료들을 모았고 2016년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왁티는 대형 스포츠 행사 때마다 비상이 걸린다. 대부분의 사업이 스포츠 행사 시기를 전후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올림픽 같은 초대형 행사만 맡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엔 아마추어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레팁 코리아’ 행사를 열어 자전거 마니아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엔 스포츠 이벤트와 무관한 사업에도 손대기 시작했다. 사업모델 다각화 차원이다. 지난해 말 영국 축구 전문매체인 골닷컴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생활의류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엔 ‘피클’이라는 모바일용 서비스도 내놨다. 그날의 경기 결과를 예측해 정답을 맞힌 사람들끼리 일정액의 상금을 나눠 갖는 게임으로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사용자가 많아지면 광고를 붙여 수익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북관계 악화로 망할 뻔”
강 대표에게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국제 정세의 변화”라는 생뚱맞아 보이는 답이 돌아왔다. 돌발 변수 때문에 대형 이벤트 행사가 취소되면 마케팅 업체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얘기였다.
핑거하트장갑도 원래 계획에 없던 제품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업체와 함께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미·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취소됐다. 펑크가 난 10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메워보려고 머리를 짜내다 내놓은 아이템이 핑거하트장갑이었다.
왁티의 다음 목표는 도쿄올림픽이다. 이번에 수혈한 자금을 올림픽 헤리티지 상품 생산과 마케팅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스포츠 뉴스를 매개로 외국어 교육 사업을 할 수도 있고, 팬들끼리 모인 커뮤니티 운영도 할 수 있다”며 “스토리를 만들어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스포츠의 힘을 다양한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게 왁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