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이 야속
블랙야크 등 아웃도어 브랜드
물량 두 배 늘렸지만 판매 감소
이왕이면 '명품 패딩' 산다
몽클레르·에르노·무스너클 등
100만원대 수입패딩 매출 22%↑
[ 안재광/민지혜 기자 ]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2017~2018년 겨울 시즌 롱패딩 열풍을 주도했다. 39만원짜리 ‘레스터’ 한 모델만 약 20만 장 팔았다. 국내 롱패딩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번 겨울 시즌을 앞두고 디스커버리는 롱패딩 물량을 두 배로 늘렸다. 또 한 번의 ‘롱패딩 특수’를 기대했다.
기대는 빗나갔다. 롱패딩은 잘 팔리지 않았다. 준비한 40만 장 중 이달까지 절반 조금 넘게 판매됐다. 패션업체들이 봄 상품을 속속 출시하는 상황에서 설 명절 이전 재고를 털지 못하면 ‘헐값’에 시장에 내놔야 할 처지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작년 11~12월 디스커버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나 감소했다”며 “아웃도어 브랜드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디스커버리, 백화점 매출 10% 넘게↓
지난 겨울 시즌 국내 패션·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롱패딩 열풍이 이번 겨울에는 확 사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업체들은 재고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디스커버리를 비롯해 블랙야크 라푸마 아이더 등 작년 롱패딩 트렌드를 이끌었던 아웃도어 브랜드의 올겨울 매출이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 롱패딩 열풍의 수혜를 가장 크게 봤던 디스커버리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이 브랜드는 롱패딩을 비롯한 패딩류 70만 장을 이번 겨울 시즌에 준비했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70% 정도 판매됐다고 밝혔다. 아직도 20만 장 넘게 팔리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가격이 비싸고, 생산한 물량이 많은 롱패딩 재고가 상당수다. 백화점 등 주요 채널에서의 판매 부진 탓이다.
아이더는 이번 겨울 롱다운 생산량을 50%나 늘렸지만 지금까지 판매율이 58%에 불과하다. 작년 겨울 판매율(80%)에 크게 못 미친다.
롱패딩의 주요 판매처인 롯데 현대 신세계 등 국내 ‘빅3 백화점’에선 디스커버리의 이번 겨울 시즌 매출이 평균 10.5% 줄었다. 작년 11~12월엔 매출이 20% 가까이 빠진 백화점도 있다. 한 백화점 판매 사원은 “작년에는 롱패딩을 갖다 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 매장마다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는데, 올해는 물량을 털어내느라 비상”이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뿐만이 아니다. 라푸마는 주요 백화점에서 20% 정도 매출이 하락했고, 블랙야크도 4~6%대의 ‘역성장’을 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체감하는 매출 부진은 더 심각하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 작년보다 롱패딩 생산량을 1.5~2배가량 늘린 탓에 업체마다 최소 10만 장 안팎의 롱패딩 재고를 들고 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지나치게 롱패딩에 의존한 탓에 낭패를 봤다”고 털어놨다.
고가 수입 브랜드만 패딩 특수 누려
패션·유통업계에선 날씨 탓을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패딩이 본격적으로 팔리는 지난해 11월 서울 평균 기온은 7.8도였다. 2017년 5.6도 대비 2.2도 높았다. 12월 기온도 2017년 영하 1.9도에서 영하 0.6도로 올라갔다. ‘춥지 않은 겨울’은 추울수록 잘 팔리는 롱패딩 매출에 큰 타격을 줬다는 것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소비 트렌드 변화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올해는 롱패딩 열풍이 프리미엄 수입 패딩으로 옮겨갔다. 몽클레르 에르노 무스너클 등 1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입 브랜드가 인기였다. 작년 12월부터 이달 28일까지 국내 3개 백화점 평균 프리미엄 수입 패딩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 22.4%에 달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관에선 이들 브랜드 매출이 30.5%나 뛰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9일부터 닷새간 본점에서 수입 패딩을 할인 판매했는데, 첫날 주요 제품의 재고가 동 날 정도로 소비자가 몰렸다”고 전했다.
패션업계는 몽클레르 국내 판권을 보유한 몽클레르신세계의 경우 작년 매출이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2017년 809억원 대비 25% 이상 성장한 셈이다.
안재광/민지혜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