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웅 지피클럽 대표
中 온라인·모바일 공략 주효
상장·투자유치 통해 자금조달
[ 심성미 기자 ] 지난해 10월 골드만삭스가 국내 한 무명 화장품 회사에 750억원을 투자했다. 골드만삭스가 평가한 이 회사의 가치는 1조5000억원에 달했다. 국내 화장품 회사 중 카버코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받은 이 회사는 지피클럽이다.
자체브랜드 ‘JM솔루션’을 내놓은 지 3년 만에 지피클럽이 올린 작년 매출은 5300억원에 달했다. 지피클럽은 게임 도·소매 유통회사로 시작했다. 회사명도 ‘게임 파라다이스(game paradise)’의 약자다. 김정웅 지피클럽 대표(사진)는 2013년께 화장품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게임 유통 일로 중국을 오가면서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 수요가 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업가의 감각으로 그는 네이처리퍼블릭 더샘 등 한국 화장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유통업체로 변신했다.
화장품 유통회사도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업을 할수록 남의 제품을 팔기보다 내 제품을 팔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한국산 마스크팩과 에센스를 찾는 중국인이 많아지던 시기였다. 보고 느낀 대로 제조에 뛰어들었다. 브랜드 JM솔루션을 만들고 앰풀과 스킨, 로션 등을 내놨다. 첫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미 제이준 등 국내 회사가 진출해 있었지만 중국에서 잘 팔리는 마스크팩으로 품목을 바꿨다. 그가 선택한 마스크팩 성분은 ‘꿀’이었다. 그는 “마스크팩의 기본 기능인 수분과 진정 효과에 충실한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꿀을 주성분으로 하는 수백 가지 마스크팩을 조사했다. 소비자 불만은 꿀이 함유된 마스크는 ‘끈적인다’ ‘에센스 양이 적다’ ‘향이 강하다’ 등이었다. 김 대표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 2017년 5월 ‘꿀광 로얄 프로폴리스 마스크’를 내놨다.
2016년 말 시작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에 국내 화장품 업체는 줄줄이 타격을 입었다. 그는 “사드 사태로 많은 국내 화장품 업체가 타격을 받았지만 신생 브랜드에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사드 사태 이후 부진한 기존 브랜드를 대체할 신선한 제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알리바바의 C2C(개인 간 거래) 마켓 타오바오를 겨냥했다. 김 대표는 타오바오의 수천 명 판매상과 접촉을 시작했다. 특히 판매량이 많은 ‘왕훙(網紅: 수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영향력 있는 개인)’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왕훙도 팔로어에게 제품을 팔고 단골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제품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 그들을 통해 팔려면 기획력, 품질은 기본이고 신뢰도도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티몰 VIP닷컴 등 45개 온라인 플랫폼에도 차례로 입점했다.
온라인 유통망 구축이 마무리된 2017년 말부터 꿀광 마스크 판매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꿀광 마스크가 950만 장 팔린 데 이어 12월에 2400만 장, 지난해 3월엔 4000만 장이 나갔다. 제품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약 3억3000만 장.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00억원, 2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JM솔루션은 올해부터 국내 시장도 공략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중국에서 먼저 성공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일본과 미주, 유럽으로 시장을 넓히려면 ‘K뷰티 브랜드’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팩이 80%를 차지하는 매출 구조를 스킨 로션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도 숙제다.
지피클럽은 오는 6월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3~4월께 예비상장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투자 유치와 상장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