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위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인턴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법조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매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까지 쏟아지며 전문직인 변호사의 취업 환경도 일반 취업준비생들과 다를 것 없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용공고 절반 이상 ‘최저임금 위반’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8회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합격자 발표를 앞둔 로스쿨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소형 법무법인(로펌)과 개인 법률사무소의 인턴 채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달 들어 대한변호사협회 취업정보센터에 올라온 인턴 채용 공고를 전수조사한 결과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곳이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인 변호사 사무실의 인턴 월급은 세전 150만원 수준에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된 사무 공간은 물론이고 중식 제공조차 안 하는 곳이 대다수다. 세전 월급 100만원도 주지 못하겠다고 한 어느 법률사무소는 채용공고에 “변호사로서 성장에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주기 때문에 오히려 교육비를 받아야 할 정도”라며 “인간적인 대우 차원에서 실비를 지급하고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별도 협의를 통해 보상하겠다”고 적어놨다.
인턴을 채용한 소형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들 대부분이 현행 최저임금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으로 주 40시간 근로 기준 월 환산액은 174만5150원이다. 고용노동부의 ‘일 경험 수련생(인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수형 인턴’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인턴은 모두 정식 근로자로 보고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연수형 인턴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회사가 사전에 마련한 연수 프로그램에 따라 팀·그룹으로 과제를 부여받고 △과제를 멘토나 코치의 지도를 받아 수행한 뒤 △구체적인 평가 및 교육이 수반되는 등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대형 로펌을 제외하곤 이를 만족시키는 로펌이 드물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로스쿨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
‘정규직 전환’ 조건을 걸고 헐값으로 고용했다가 계약이 끝나자마자 내보내는 ‘블랙 로펌(변호사 커뮤니티에 소문난 악덕 로펌)’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턴 활동 평가와 사무실 상황에 따라 정식 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자료 조사, 서면 작성을 비롯한 허드렛일을 시키고는 몇개월 뒤 해고하는 식이다. 일부 로펌은 해마다 로스쿨 졸업예정자 채용과 해고를 반복하며 인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정식 변호사에겐 월급으로 최소 350만~400만원을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려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로스쿨 학생들을 착취하는 셈”이라며 “요즘 서초동에선 로스쿨을 두고 마치 마르지 않는 화수분과도 같다는 농담도 돈다”고 말했다.
로스쿨 도입 후 국내 개업 변호사 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변협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등록 변호사 수는 2만5838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시 합격자가 매년 1500명 씩 쏟아지며 오는 2022년께에는 변호사 수가 3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