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문기주의 노동法 이해] (6) 퇴직금은 포기할 수 있을까

입력 2019-01-28 17:59
수정 2019-01-28 18:04
◆ 퇴직금 = 임금의 후불

퇴직금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될 때 또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퇴직금의 중간정산을 요구할 때,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전을 의미한다.

퇴직금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종래에는 근로자에 대한 공로의 보상인지, 퇴직 후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임금을 사후적으로 지급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다.

위와 같은 논란은 판례에 의해 해결되었는데,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제도는, 근로자가 1년 이상의 기간 계속 근로를 제공하고 퇴직할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퇴직할 때 이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퇴직금은 본질적으로는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 퇴직금 지급은 법률상의 의무인가?

본래 퇴직급여제도는 노사의 자율적인 합의에 따라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의해 규율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퇴직급여제도를 법률로 규정하였다.

구 근로기준법 제34조가 법정 퇴직금 제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제정되어 시행됨으로써 현재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등의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 퇴직금청구권은 포기될 수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퇴직금 제도가 강행규정인지 여부 및 그에 반하는 약정의 효력 여부가 검토되어야 하는데, 대법원은 “구체적인 퇴직금청구권은 계속근로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하여 발생되는 것인바,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기 전의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퇴직금청구권이 포기될 수 없음을 선언하였다.

◆ 근로계약관계 종료 후 퇴직금청구권의 포기 약정도 무효인가?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퇴직금청구권은 포기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가 퇴직하여 더 이상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 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나중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러한 약정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갑이 을 주식회사에 고용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약 10개월에 걸쳐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 등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으면서 ‘본인은 귀사에 밀린 급료(퇴직금 포함)를 모두 정리하였으므로 더 이상의 추가 금액을 요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각서를 작성·교부한 사안에서, 갑이 퇴직일부터 수개월이 지난 후 각서를 작성한 것을 비롯하여 각서의 작성경위와 문언 등에 비추어 갑이 각서를 통해서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였음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퇴직으로 발생한 퇴직금청구권을 사후에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을 회사가 갑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1821, 25502 판결), 퇴직금청구권의 사후 포기는 유효하다고 보았다.

◆ 퇴직금 분할 약정은 효력이 있을까?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통상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고 한다. 위와 같은 퇴직금 분할 약정은 유효한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와 같은 퇴직금 분할 약정은 구 근로기준법(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같은 법 제34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 사용자는 퇴직금 명목으로 기 지급한 금원을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기 지급한 금원은 어떻게 되는가?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18조 소정의 임금 지급으로서의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 나아가 사용자가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근로자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문기주 <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 >

△ 고려대 법학과
△고려대 대학원(민법전공)
△일본 교토대 법학연구과 외국인공동연구자
△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 연구위원
△ 서울변호사회 국제위원회 일본소위 위원
△ 근로복지공단 고문변호사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