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권주자 인터뷰 - 황교안 前 국무총리
공직경험 정치권서 발휘하려는 게 무임승차인가
검사 재직땐 대통령과 싸운다는 각오로 일했다
내가 친박?…정치하러 당에 왔지, 계파 하려고 온게 아냐
가장 좋은 경제시스템은 시장경제…정부는 기업인 응원해야
박근혜 정부, 어려운 개혁 시작…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 하헌형/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 차기 당권 경쟁에 뛰어든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8일 “나보다 더 치열하게 싸우면서 공직 생활을 한 사람은 많지 않다”며 “제1 야당을 이끌 경쟁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자유 우파의 역량을 모아 현 정부의 실정을 막고 국민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대표가 되면) 시장에서 뛰는 기업인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도 했다. 황 전 총리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당권에 도전할 준비가 끝났습니까.
“국민과 당을 위해 일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정치를 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나라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더디고 민생은 파탄 났고…. 안보에 대해 걱정하는 분도 많지요. 자유 우파의 역량을 모아 현 정부의 실정을 막고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뒤늦게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공직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정치권에서 발휘하려는 걸 무임승차라고 볼 수 있습니까. 한 영역에서 쌓은 노하우를 다른 영역에서 발휘할 수 있어야 선진사회입니다.”
▶정당 정치를 해본 적이 없어 당을 이끌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태어날 때부터 정치하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총리도 반쯤은 정치인이지요. 저 같은 정치 신인에게도 기회를 주고 정치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게 ‘새 정치’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탄핵이란 말 하나로 지난 정부와 저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잘한 것과 부족한 것을 나눠 평가해야지요.”
▶‘친박(친박근혜)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당에 ‘친박·비박(비박근혜)’이란 게 남아 있습니까. 지금은 누가 친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계파 몰이’로 자유 우파 세력의 결집을 폄하해선 안 됩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평가해야 합니까.
“우리나라 건국 이래 국가 성장에 기여한 대통령도 있고 아닌 분도 있습니다. 어느 대통령이든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공(功)은 개혁이란 어려운 과제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공공·교육·금융·노동 개혁과 연결돼 있습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까요.”
▶현 정부는 과거 정권을 적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 정권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할 일입니다. 전 정부 정책 중 잘한 건 취하고 잘못한 건 버리기 위한 판단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 정권과 관련돼 있다고 해서 싸잡아서 비난하는 건 역사를 버리는 행위입니다.”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까.
“역사적으로 봤을 때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은 시장경제입니다. 시장에서 누가 손해 보면서 거래하려고 합니까. 경제주체가 서로 이익이 되는 거래를 하면서 시장의 부를 끌어올리는 게 시장경제입니다. 시장이 활기를 띠면 경제는 저절로 살아납니다.”
▶현재 경제 상황은 어떻게 봅니까.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한 주에 52시간만 일하라고 법으로 못 박는 건 잘못됐습니다. 잠 덜 자는 대신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최저임금을 급하게 올리면서 해고당한 ‘알바’도 많지요. 모두가 잘살게 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상당수 국민의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어요. 정부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단죄하고 어긋난 규칙을 바로잡는 데만 주력해야 합니다.”
▶사법 개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법치주의라는 건 법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법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느냐를 바탕으로 세워지는 것이지요. 현 정권은 적폐 청산이란 미명 아래 법 적용을 너무 쉽게 하고 있습니다. 30여 년간 법조인으로 산 저조차도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날지 알 수 없다면 그게 법치입니까. 국민이 무엇이 불법인지 아는 상태에서 법이 적용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법의 정신이 훼손됩니다.”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한·미 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6·25 전쟁에서 비롯된 한·미 동맹은 우리나라의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입니다. 이 동맹이 60여 년간 양국 간 이견 없이 원만하게만 유지된 건 아닙니다. 많은 견해차가 있었지만 두 나라 간 신뢰를 근간으로 이어졌지요.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양국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거라 믿습니다.”
▶지난 대선 때 중도 하차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공직자라고 해서 다 똑같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공안검사 때 소위 ‘법정투쟁’을 하는 운동권과 싸웠고, 심지어는 대통령에게 맞서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소송도 큰 모험이었습니다.”
▶차기 대권 주자는 당대표가 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누구는 지금부터 일하고, 누구는 나중에 나오고…. 한국당은 이런 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경선에서) 이긴 사람은 겸손하게 일하고, 진 사람은 다른 영역에서 당에 기여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당은 제1 야당으로서 잘하고 있다고 평가합니까.
“정책 정당을 지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시가 급한 노동 개혁에 집중하지 못했고 경제 살리기도 제대로 못했지요.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은 자유 우파가 만들어낸 겁니다. 그게 가장 큰 자산입니다. 이를 토대로 수권 정당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겠습니까.
“헌법 가치에 맞는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 힘을 쏟을 겁니다. 이들이 국민 앞에 서고, 당은 이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다하면 됩니다.”
▶2022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습니까.
“지금은 정부의 실정을 막고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만 전념할 겁니다. 그다음엔 국민이 필요로 하면 부르지 않겠습니까.”
하헌형/박종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