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 지뢰밭'에 떨고 있는 철강업계

입력 2019-01-28 17:37
산업리포트

中 공급과잉, 美·EU 관세폭탄, 내수마저 위축

철강사들 4분기 실적 부진
포스코, 영업익 17% 감소 추정…현대제철, 22% 줄어 '어닝 쇼크'
무역분쟁 확산…수출길 좁아져, 국내선 車·건설 수요 내리막길


[ 김보형 기자 ] 국내 1위 철강회사인 포스코는 올해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5조5500억원 추정)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다른 철강업체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연이은 대내외 악재로 국내 철강업계가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 여파로 철강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 장벽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인도 등 신흥국으로 확산하면서 수출길은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자동차와 건설을 중심으로 한 국내 수요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 4분기 실적 ‘뚝’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를 비롯해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주요 철강사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이 애초 기대를 밑돌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30일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분기(6~9월)보다 17%가량 줄어든 1조2798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2월 40만원까지 올랐던 포스코 주가는 이달 27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앞날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제철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5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1% 감소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증권업계 추정치(3594억원)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다. 지난해 10월 통상임금 소송 패소(1심)에 따른 충당금(2015억원) 적립과 같은 달 당진 공장 파업 후유증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봉형강 등 건설용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동국제강은 건설 경기 침체 탓에 실적이 악화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2.5% 줄어든 16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송유관 및 유정용 강관(파이프)이 주력 제품인 세아제강지주는 미국의 ‘철강쿼터(수출 물량 제한)’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中, 생산 늘리고…美·EU는 무역 장벽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의 철강 가격 하락이 철강업계 실적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글로벌 철강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중국 열연 제품의 이달 가격은 t당 545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631달러)보다 15.8% 떨어졌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내수 시장 둔화로 철강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저가 ‘밀어내기 수출’을 본격화하면 국내 철강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무역 장벽도 철강업체 발목을 붙들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해부터 대미(對美) 수출 물량을 2015~2017년의 70%인 263만t으로 줄이는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다. EU도 다음달 2일부터 일정 물량을 초과하는 열연·냉연 강판과 후판 등 26개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기로 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의 주력 제품인 판재류(자동차 및 선박용 철강제품)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