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 분양가 보다 두배 오른 이시언 아파트, 정말로 부러운 것

입력 2019-01-28 09:48
현재 청약제도로는 당첨·대출 어려운 조건
장시간 흔들리지 않고 불입한 청약통장의 힘



지난 주말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아파트는 배우 이시언이 입주한 단지였다. 지난 25일 방송됐던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시언은 예전의 집들을 회상하면서 새 집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해당 아파트는 서울 상도동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다. 노력과 주택청약이라는 꾸준함으로 얻은 결과에 시청자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동시에 이 아파트는 검색어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시언이 분양 받았을 당시보다 현재의 시세가 두 배 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미혼이고 1982년생인 이시언이 분양을 받았을 당시의 나이는 34세였다. 현재 변경된 청약제도에서는 이시언이 서울에서 분양받기 어렵다. 그만큼 여러모로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당첨된 게 부럽다"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는 상도1 주택재건축한 단지로 2016년 6월에 청약을 받았다. 전용 59~108㎡의 893가구로 이 중 조합원 분을 제외한 406가구가 일반에 분양됐다. 분양당시 초역세권에 소형이 포함되다보니 평균 청약경쟁률이 19대 1에 달했다.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341가구 모집에 6567명이 청약을 했다. 통장이 몰린 건 전용 59㎡였다. 전용 59㎡A형의 최고 당첨가점이 74점에 달하기도 했다.

이시언이 입주한 것으로 보이는 전용 84㎡형의 경우 소형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았다. 판상형 구조의 84㎡A형은 경쟁률이 높았지만, 84㎡C형이나 84㎡E형은 경쟁률이 낮은 편이었다. 그렇다보니 84㎡E형에 당첨된 최저 점수가 28점에 불과했다.

이시언이 9년동안 청약저축에 가입하면 11점(만점 17점), 부양가족은 없어 보이기 때문에 5점(만점 35점),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부터 계산하므로 8점(만점 32점) 정도가 예상된다. 이시언의 점수는 적어도 24점으로 최저점 보다도 낮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추첨이 있었다. 이시언의 점수가 더 높을 수도 있고, 추첨을 통해 당첨됐을 수도 있다. 전용 84㎡ 이하를 모두 가점으로 뽑는 현재의 청약제도에서는 당첨조차 어렵다.

◆ "대출된 게 부럽다"

이시언이 부러움을 사는 까닭은 '대출'도 있다. 이시언이 분양을 받았을 당시만 하더라도 계약조건에서 계약금 5%에 중도금은 이자 후불제였다. 계약금의 5%를 먼저 내면 계약이 가능한 형태였다. 당시 84㎡의 총 분양가는 6억7000만~7억3000만원이었다. 일단 3350만~3650만원만 있으면 계약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도금은 후불제였지만 저금리 기간이었으므로 큰 부담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상도동은 동작구에 속해있어 투기과열지구에 속한다. 지난해 8·27부동산대책을 통해 지정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세대당 1건으로 줄어들고 만기 연장도 제한된다. 임대주택 취득 목적 외의 기업자금대출도 막힌다. 무엇보다 시세가 많이 높아진 만큼 자금조달은 부담되는 부분이다.

사실 이시언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당시에도 분양가는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용 59㎡는 3.3㎡당 평균분양가가 2400만원대에 달해서다. 84㎡의 경우는 3.3㎡당 2000만원대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럼에도 주변 아파트와 비슷한 시세다보니 '싸지는 않지만 전매는 할 만하다' 정도의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이었다. 전매가 풀리면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매가 풀린 그 해 12월에 거래된 분양권만 16건에 달했다. 전용 84㎡의 경우 웃돈이 1000만~3000만원 정도였다. 계약금이 3500만원 정도였으니, 6개월 투자 치고는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다. 웃돈이 크게 붙지도 않고, 큰 차익을 못 얻는 시기가 이어지다보니 2017년들어서도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다. 1월에는 23건, 2월에는 19건이었고, 3월(28건)과 4월(14건)에도 꾸준한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5월들어 분양권이 8억원을 찍으면서 분양권 거래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정권교체가 이뤄진 시기다.

◆두배까지 오른 시세, 세부담은 없을까?

이 아파트의 분양권은 계속 상승곡선을 탔다. 작년 8월에는 전용 84㎡가 13억원을 찍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동작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고, 9·13대책이 시행되고 나서는 거래가 뚝 끊겼다. 신고된 거래는 아예 한 건도 없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들의 호가는 내림세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호가가 15억원까지 붙었지만, 이제는 최고 매매가가 13억원이다. 최저 매매 희망가격은 11억원까지 떨어져 전용 59㎡와 1억원 가량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이시언의 아파트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서울 시내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은 작년 2분기에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하반기부터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가격과 거래량 모두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제는 잔금이라도 치르기 위해 전세가를 낮추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이시언은 청약을 받은 실수요에 실거주자다. 돈 때문에 외곽으로 떠밀리는 경우가 아닌,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이주하는 형태다. 그야말로 청약통장을 바람직하게 사용한 예다. 이시언은 이제 본인 소유의 주택을 가지게 됐으므로 세금을 고민해야할 시기가 됐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으면 보유세를 내야 한다. 이중 과세일(매년 6월1일) 기준으로 재산세 과세대상인 주택, 토지 등에서 합산한 결과가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종합부동산세, 이른바 종부세를 내야 한다. 그 기준은 9억원이다.

현재의 시세만 본다면 이시언도 고가주택의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청약을 받았을 때에는 아니었지만, 입주를 하면서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시언도 부자들만 낸다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부담도 지게 될까?

이승현 진진세무회계사무소 대표는 "1주택만 있으면 보유세가 크지 않다"면서도 "공시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4월에는 공동주택(아파트)에 대한 공시가가 발표될 예정이다. 공시가가 9억원이 초과되는지 여부에 따라 세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공시가에서 9억원이 넘지 않고 이시언이 이 아파트만 가지고 있다면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오피스텔이라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다주택자로 포함되면서 과세 대상이 된다.

이시언은 주조연급 배우로 성장했기 때문에 이러한 세부담도 일반인들보다는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 이러한 점도 어찌보면 부러운 일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부러운 것은 따로 있다. 이시언이 청약통장에 돈을 넣기 시작한 시기는 2007년 즈음으로 추정된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기로 집값의 거품(버블)이 심했다.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부동산을 잡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던 때였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2년 사이에 집값은 하늘과 땅을 오갔다. '너무 올라서 못 사겠다'에서 '더 떨어질까봐 못 사겠다'고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러한 시기에도 무명배우인 이시언은 매달 3만원씩 주택청약통장에 돈을 넣었다.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과 끈기로 밀어붙인 것이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10년 전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빨리 사야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던 분위기는 이제 '거품이 많다', '더 떨어진다'로 돌변했다. 청약통장이 늘어나는 속도는 느려지고 해지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집을 사려던 사람도 청약을 하려던 사람도 주변 눈치를 보기 바빠졌다.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목표와 꿈이 있다면, 이들이 바라봐야 할 곳은 주변이 아니다. 꼼꼼한 계획과 꾸준함, 그리고 신중한 청약이다. 부러운 이시언처럼 말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