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서울옥션·아이옥션, 작년 평균보다 13.9%P 높아
국내외 경기 하강 조짐에도 안전자산인 미술품에 '베팅'
3.1운동 100주년 '테마주'로 일부 근대화가 주목받을듯
세계적 미술관서 전시 여는 백남준·이우환·전광영 눈길
[ 김경갑 기자 ]
지난해 경매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인 2194억원의 ‘뭉칫돈’이 몰린 가운데 올해 경매회사들의 첫 미술품 세일 행사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K옥션과 서울옥션, 아이옥션이 지난 22~24일 잇달아 진행한 경매 평균 낙찰률(79.2%)이 80%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작년 국내 9개 경매회사의 평균 낙찰률 65.3%보다 무려 13.9%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연초 경기 하강 조짐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같은 안전자산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와 애호가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환기의 분홍색 점화 17억원에 낙찰
K옥션의 지난 23일 경매에는 한국 근·현대미술과 고미술품에 수요층이 대거 몰렸다. 경매 낙찰률은 저가 매수세가 적극 유입되면서 작년(70%)보다 8%포인트나 웃돌았다. 김환기의 분홍색 전면점화 ‘14-VII-70 #180’은 17억원에 팔려 이날 경매 최고가를 기록, 2015년 시작된 ‘환기 열풍’을 이어갔다.
박수근의 ‘줄넘기하는 소녀들’(3억1000만원), 유영국의 ‘작품’(2억1000만원) 등 대가들의 작품에도 투자 심리가 일었다. 2700만원에 경매를 시작한 박고석의 ‘홍도’는 응찰자들의 치열한 경합 끝에 4600만원까지 치솟았고, 이순신이 중국 명나라로부터 선물받은 것으로 알려진 ‘팔사품도’는 4000만원에 팔렸다.
하루 앞서 22일 열린 고미술전문 경매회사 아이옥션의 중저가 기획경매 ‘장터경매’에는 최고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나온 출품작 278점 중 247점이 새 주인을 찾아가 1000만원 미만대 고미술품의 높은 인기를 반영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한 올해 첫 온라인 경매낙찰률도 선방했다. 서울옥션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16~24일 연 온라인 경매 ‘마이 퍼스트 컬렉션’에는 수많은 직장인 애호가들이 응찰 경쟁을 벌였다. 그 덕에 낙찰률은 작년 평균치(55%)보다 16%포인트 높은 71%까지 올라갔다. 경매에 나온 조선시대 도자기 백자청화산수문사각연적(白磁靑畵山水文四角硯滴)은 무려 283회나 응찰 경합을 벌이며 154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백남준과 이우환, 근대화가에 주목
연초 경매 낙찰률이 80%에 바짝 다가서자 미술 투자자들 관심은 올해의 시장 ‘테마주’로 쏠리고 있다. 미술 전문가들은 새해 경매시장에서 김환기와 단색화를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해외 유명 미술관 전시가 예정된 백남준·이우환·전광영, 올해 3·1운동 100주년에 따른 일부 근대화가, 희귀한 고미술품이 주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올해는 백남준 작품의 가치 재평가와 거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화랑인 미국 가고시안갤러리가 백남준을 전속작가로 끌어들여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영국 유명 전시공간 테이트미술관이 오는 10월 대규모 회고전을 여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이우환(파리 퐁피두센터), 전광영(뉴욕 브루클린미술관) 역시 굴지의 해외미술관에 초대된 터라 시장의 ‘테마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민족의 독립정신을 전 세계에 알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되새기는 근대화가들의 작품도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랑들은 벌써 근대화가 작품에 대한 수요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시 라인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 현대는 청전 이상범(4월)과 소정 변관식(5월)을 조명하고, 인사동 터줏대감 노화랑도 도상봉과 장욱진(3월)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사료적 가치가 높은 고미술품 거래에도 ‘온기’가 돌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도자기나 옛 서화 등의 작품값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세계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 저유가 기조 등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도 근대작가와 고미술품 전시회는 늘고 있다”며 “가격 상승의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