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체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손글씨에는 쓰는 사람의 양식과 품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어왔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주로 사용하는 요즘 세대에겐 손글씨가 어색하기만 하다.
30대 새댁 A씨는 '악필' 때문에 시어머니에게 훈계를 들었다고 토로한다.
최근 시어머니 생신을 맞아 A씨는 거하게 생신상을 차렸다. 시댁식구들이 다 모인 자리이고, 결혼 후 처음 맞는 시어머니 생신이기도 해서 더욱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식구들 모두 음식엔 만족감을 드러내 A씨는 안도했다. 식사를 끝낸 시어머니, A씨가 냉장고에 붙여둔 메모를 보더니 "네가 쓴 거냐"라며 "너도 참 별난 성격이라 남편을 힘들게 하겠다"고 말한 것.
A씨의 시어머니는 그가 급하게 휘갈겨 쓴 손글씨만을 보고 이같이 말한 것이다.
더불어 시어머니는 "'미음(ㅁ)'을 이렇게 쓰면 재물 복이 없다"면서 볼펜을 가지고 오라시더니 미음 자를 고쳐 쓰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써야 남편의 재물 복과 집안에 좋은 기운이 들어 온다"며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다. 여자는 여성스럽게 글씨를 써야지 이게 뭐냐. 자식을 낳으면 어떻게 교육을 하겠냐"고 핀잔했다.
시어머니는 그뿐만 아니라 "집에만 있지 말고 친정에 도움 좀 받아서 서예 학원이라도 다녀라"라고 말씀하셨다.
A씨는 어린 조카들도 있는 앞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는 "왈칵 눈물이 날 수도 있었는데 옛날 분이니 내가 이해하자는 생각으로 참았다. 그런데 친정엄마에게도 전화해서 제 글씨체가 별나고 못났으니 서예 학원을 보내 교육을 시키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속상한 마음을 토로하자 남편은 "우리 엄마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 내 사업이 잘 되라는 의미에서 한 말인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냐"면서 "인정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라"고 지적했다.
A씨는 "솔직히 좋게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 한 소리 한 것은 우리 가정을 무시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서 "또 남편도 그 자리에서만은 제 편을 들어줬으면 덜 속상했을 텐데, 끝까지 저렇게 나오니 이혼 생각이 저절로 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온라인 게시판에 문제의 메모를 올리면서 "제 글씨가 그렇게 눈에 가시고 미움 받을 만 한 글씨체인가"라며 조언을 구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재물복이 들어오는 미음'이라는 말은 난생 처음 들어봤다", "마음에 담아뒀다가 잠잠해지면 배움을 실행하라. 어머니가 웃을 때 '그렇게 웃으시면 복 나간다', 걸을 때에도 '걸음을 그렇게 걸으시면 노년운이 달아난다'고 말해보라", "복과 운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시어머니에게도 전해보라", "솔직히 잘 쓴 글씨는 아니지만 저렇게까지 핀잔 줄 건 아닌 것 같다", "그럼 남편 글씨는 어떤가? 한석봉 정도 되나"라고 글쓴이를 달랬다.
책 '누가 봐도 괜찮은 손글씨를 하나씩 하나씩 알기 쉽게'의 저자 이용선은 채널예스와의 인터뷰에서 "글씨에는 각자의 개성이 담겨있다. 자기 글씨체는 가기만의 것이다. 그 속에 있는 개성을 아름답게 살릴 수 있게 하라"고 말했다.
그는 "악필은 '읽기 불편한 필기체'인데, 자신이 글씨체를 분석하고 조금씩 교정해 나가는 방법으로 글씨체를 교정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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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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