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비정규직 중 17만여 명이 정규직 됐는데…노조 등쌀에 84%는 입사시험도 안보고 전환

입력 2019-01-25 17:33
'무더기 고용세습' 파문 이후
공개채용 필요성 커졌는데 여전히 별도 절차없이 전환

노동계는 '100% 전환' 요구


[ 심은지 기자 ]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채용 비리가 불거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정규직 전환자 대다수는 별다른 절차없이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을 거쳐 ‘경쟁 채용’된 경우는 전체 전환자의 15.7%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과정에서의 청탁 등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경쟁 채용을 철회하고 모두 ‘전환 채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비율 85.4% 달해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공부문 853개사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비정규직 인원은 작년 말 기준 17만486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까지 전환목표(20만5000명)의 85.4%다. 이 중 정규직으로 전환이 완료된 인원은 13만3000명이고 나머지는 전환은 결정됐으나 기존 파견용역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단계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고용 형태별로는 기간제 근로자 7만11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 가운데 6만6030명의 전환이 완료됐다. 파견·용역 근로자는 결정 인원이 10만4758명이고 완료 인원이 6만7407명이다.

채용 방식으로 보면 ‘전환 채용’ 비율은 84.3%였고 ‘경쟁 채용’으로 전환된 비율은 15.7%다. 전환 채용은 기존 비정규직 근로자가 서류 심사와 간단한 면접만 치르고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방식으로, 공개 채용과 비슷한 절차를 거치는 경쟁 채용과 다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문제가 제기되고 이 같은 전환 채용을 노리고 친인척을 용역회사의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경쟁 채용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컸다.

고용부는 “가이드라인에는 기본적으로 현재 근로자 전환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경쟁 채용 방식을 선택하도록 제시했다”며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이 대부분 청소·경비 등의 직종이다보니 전환 채용 방식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조 “경쟁 채용 반대”

공공기관 대부분이 ‘경쟁 채용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1호 정규직 전환 사업장’인 인천공항공사는 작년 국감 당시 용역업체 비리 의혹이 있었던 기관이다. 채용 비리를 막는 차원에서 2017년 5월 정부가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밝힌 이후 입사한 비정규직 2000여 명에 대해서만 경쟁 채용하기로 했다. 전체 전환 대상 비정규직(1만명)의 20% 수준이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는 작년 말부터 인천공항 앞에서 경쟁 채용 철회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경쟁 채용이라 할지라도 기존 비정규직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한 경쟁이라서 사실상 기존 직원들이 99% 입사하는데 노조가 100% 전환채용을 요구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