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인 A씨는 며칠 전 직장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오랜만에 혼자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 팝콘은 사지 않았고 가볍게 마실 것만 들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때마침 영화관은 생각보다 붐비지 않아 혼자서 영화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긴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될 찰나 갑자기 우당탕 소리를 내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보호자가 A씨 뒷자리로 급하게 뛰어왔다.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계속 시끄럽게 떠들었다. A씨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가 시작하면 조용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A씨의 오산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보호자는 "너희들, 어디 가지 말고 영화 재밌게 보고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자신들을 통제할 어른이 사라지자 아이들은 자기들 세상인 양 큰 소리로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고 영화 속 배우들 대사를 따라 하면서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었다.
아이들의 유별난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다. 계속해서 자리를 바꾸면서 왔다 갔다 하는 등 영화관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결국 참다못한 남성이 아이들에게 주의를 줬고 아이들은 다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와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거렸다.
이후 잠시 조용해지는듯 싶었던 아이들은 또 얼마 가지 않아 떠들었다. 화장실을 가겠다며 한 아이가 뛰어나가자 다른 아이들도 뛰어나갔고 화장실을 갔다가 들어올 땐 아예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들어왔다. 자리에 앉고 나서도 영화 장면을 핸드폰으로 찍는 바람에 계속 찰칵 소리가 들렸고 그때마다 플래시가 터져 영화관이 번쩍였다.
A씨는 도무지 영화에 집중할 수 없어 자리에 일어섰다. A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이들을 쏘아보며 보호자에게 한 마디 할 기세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은 채 영화관을 빠져나온 A씨는 허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A씨는 자신이 겪은 답답한 상황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에 가는 보호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A씨는 "영화관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면 제발 책임졌으면 좋겠다. 영화관이 가족들만 이용하는 공간은 아니지 않나. 여러 사람이 기분 좋게 온 공간에서 이런 식으로 방해한다면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면서 매너를 지키자고 호소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나는 예전에 영화관 갔는데 어린아이들이 뒤에서 의자를 발로 마구 찬 적이 있다. 소음도 문제지만 의자를 발로 차는 건 더 큰 문제다", "내가 겪은 황당한 일, 자막 나오는 영화에서 아이를 데리고 온 학부모가 아이에게 영화 내내 동화책 읽어주듯 자막을 읽어주더라. 분명히 조용히 해달라고 했는데 신경도 안쓰고…정말 어이없었다", "나도 아이들 데리고 영화관 자주 가는데 더욱 주의해야겠다", "생각만 해도 진짜 화가 난다. 부모들은 무슨 생각일까"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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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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