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다. 헌정 사상, 사법부 71년 역사상 최초의 치욕이다.
24일 검찰과 법무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1시58분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영장을 집행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을 일단 열흘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고 필요하면 법원 허가를 받아 1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늦어도 다음달 12일까지 양 전 대법원장을 조사하고 재판에 넘겨야 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날 새벽 수감된 점을 감안해 구치소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한 뒤 이르면 25일부터 검찰청사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거래' ▲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 법관 사찰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 등 혐의를 적용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소식에 법원은 "70여년 사법부 사상 가장 치욕적인 일"이라는 반응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저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사법부가 행정·입법 등 다른 권력과 이익을 주고받는 '재판거래'를 해왔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법원 스스로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사법개혁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야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우려된다"며 "스스로 권위 해체에 나섰다.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예우 또한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 최종 책임자에게 내려진 당연한 귀결"이라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사법정의를 바로세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법원이 의리가 아닌 정의를 택했다"며 "사법부 스스로 사법농단을 극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남김없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사법부는 오늘의 치욕이 내일의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한 반성과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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