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 비효율, 장관들 며칠 더 머문다고 해소되겠나

입력 2019-01-23 18:03
‘세종시 비효율’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보고받으면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들이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게 월 4일밖에 안 된다”며 “서울에 안 와도 되도록 영상회의를 활용하든지, 일하는 방식을 적극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부처 4분의 3이 옮겨가 발생하는 서울·세종의 이원 행정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장·차관들이 서울에서 살다시피 하는 것은 청와대, 국회와 각종 위원회 등의 일정만 한 달에 수십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국장들도 보고를 위해 수시로 올라와 ‘세종시에 하루 머물면 1급, 이틀이면 2급’이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국회 개원 때면 실무진까지 대거 서울로 이동한다.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과 피로 누적에다 출장비도 연간 200억원에 이른다. 공무원들이 세종시를 ‘계륵(鷄肋)’으로 여기는 이유다.

이런 마당에 문 대통령이 ‘세종시 비효율’을 언급했으니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충청권 일각에선 “국민 동의를 전제로 한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던 대선 공약까지 새삼 거론한다. 개헌은 무산됐지만 국회 세종분원 설계비 10억원이 올해 예산에 편성됐다.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은 광화문 이전이 불발된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종시가 또 정치쟁점화할 소지가 다분하다.

‘세종시 비효율’은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시간·비용도 문제지만 부처 내 소통 부재, 정책품질 저하 우려도 크다. 장관들이 세종시에 며칠 더 머물고 영상회의를 늘린다고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어도 며칠이나 가 있을 수 있겠는가. 형태만 달리한 비효율이 재연될 게 뻔하다.

세종시 해법은 일하는 방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할 일’과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해 행정과잉부터 줄이는 게 급선무다. 청와대·국회까지 옮겨간다 해도 지금처럼 정부가 시시콜콜 시장과 기업에 간섭하고 다 정하겠다는 식이면 그 비효율을 민간에 전가할 뿐이다. 나라 미래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에 따라 국가 중대사를 결정할 때 어떤 부작용을 빚는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