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마진 강제공개 위헌"…프랜차이즈업계 憲訴 낸다

입력 2019-01-23 17:47
공정위 가맹사업법 시행령

"유통마진 공개는 전례 없는 과도한 규제"
"원가 아닌 공급가 밝히는 것"…공정위 "점주는 알권리 있다"


[ 김재후/이태훈 기자 ] 프랜차이즈업계가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프랜차이즈업계가 정부 정책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23일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어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과 필수물품 공급가격 상·하한선 등을 공개하도록 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대의원 정원 101명 중 62명이 참석,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데 찬성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가맹점사업법 시행령은 △필수품목의 공급가 상·하한선 △가맹점당 차액가맹금의 평균 규모 및 매출 대비 비율 △가맹본사의 특수관계인 영업현황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해 얻는 유통마진이다.

협회는 시행령 내용이 개인이나 법인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 또는 제한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시행령 내용은 법률이 정한 위임 범위를 벗어나 헌법상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23일 대의원총회에서 헌법소원 제기와 함께 ‘효력금지 가처분 소송’도 청구하기로 했다. 다만 헌법소원과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구체적 날짜나 법무법인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협회 측은 “가맹본사들은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4월 말까지 정보공개서 변경 등록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해 4월 시행령이 공포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시행령이 가맹본부에 불리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다. 시행령 공포 전인 2017년 10월엔 프랜차이즈업계가 계약갱신 청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발표하고 ‘갑질’을 방지하겠다는 자정실천안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프랜차이즈업계의 건의사항을 받아 들여 당초 필수품목의 공급가가 평균액으로 돼 있던 것을 상·하한선 등으로 바꾸고 차액가맹금 공개 대상을 가맹본부가 직접 제조한 것 등은 제외하는 등 시행령을 일부 완화했다. 차액가맹금이란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가맹점에 의무구입 물품을 공급해 얻는 유통 마진을 뜻한다.

그러나 이런 내용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후 부작용이 예상보다 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필수품목의 공급가가 상한선과 하한선만 적으면 된다고 해서 완화될 줄 알았는데, 막상 시행해보니 대부분 상·하한선이라는 개념이 없고 단일 가격이었다”며 “이 상태로 시행되면 가맹본사의 영업비밀이 노출될 우려가 있고 본사 영업비용 등이 포함된 유통마진이 공개되면 본사가 마치 과도한 수익을 취하는 것처럼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사실상의 원가 및 마진 공개는 다른 산업에도 전례가 없는 과도한 규제로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위험이 높아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협회가 위헌소송의 안건을 놓고 1주일 전에 대의원들을 소집한 만큼 공정위도 이 사안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시행령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가맹본사가 매입한 가격이나 원가가 아니라 공급가를 점주들에게만 공개하라는 게 시행령의 취지로, 투자자인 점주는 알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소원은 국민의 권리인 만큼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후/이태훈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