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개편' 두고 증권가는 갑론을박…폐지 가능할까

입력 2019-01-23 14:01

증권거래세 개편을 두고 증권가의 관심이 높다. 거래세 인하를 넘어 완전 폐지 논의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거래세 개편이 투자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 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증권거래세율은 코스피 0.3%(농어촌특별세 0.15% 포함), 코스닥·코넥스·한국장외주식 0.3%, 비상장주식 0.5%다. 중국·홍콩·태국(0.1%)이나 싱가포르(0.2%) 등에 비해 높은 편이다. 미국·독일·일본·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은 증권거래세가 없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증권거래세를 두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의 기본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익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을 팔 때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주식 거래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도 함께 부과되면서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이에 정치권에서 증권거래세 개편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앞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주식 투자로 손해를 봐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 자본시장 세제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며 거래세 논란에 불을 붙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증권거래세 개편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투자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거래세 인하는 투자심리를 개선해 회전율 상승과 일평균 거래대금 증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도 "거래세 인하는 정부의 우호적 기조 전환, 주식 회전율 상승, 부동산 세금 부담 증가에 따른 반사이익 부각 등의 효과가 있다"며 "향후 강세장이 재현될 경우 제도 개정은 증시 활성화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거래세 개편안이 추진될 지는 불투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해 거래대금이 크게 늘면서 8조원이 넘는 증권거래세수(농어촌특별세 포함)가 걷혔다. 이같은 대규모 국가 세수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선 "증권거래세 폐지가 곧바로 주식투자 활성화로 연결되거나 증시 부양효과는 크게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과거 증권거래세 조정은 총 4차례(3회 인하·1회 인상) 있었지만 영향은 미미했다.

정태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증권거래세 인하 시 영향이 미미했고 거래 비용 때문에 거래대금과 증시가 유의미하게 변화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거래세 인상 후에는 증시가 견조했던 반면 인하 후에는 부진해 당초 의도와는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인하해 폐지한 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로 전환하자는 요구도 있다. 양도세는 주식을 팔아 돈을 벌었을 때 내는 세금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거래세는 과세 대상이 모호한 양도소득세의 보완재 역할을 한다"며 "양도소득세의 개편 없이 증권거래세의 큰 폭 인하나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식 양도세는 세수 추계 오차가 큰 데다 세수 규모도 2조~3조원에 불과하다. 증권거래세의 세수 규모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이 생겨도 자국에 세금을 내면 거래세와 달리 한국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맹점도 있다.

당국은 증권거래세 인하 및 폐지와 주식 양도소득세 조기 확대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균형있게 잘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세제 당국과 협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 측은 "증시에 미칠 여파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증권거래세 폐지 및 양도소득세 조기 확대는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