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현정, 다음달 26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왕벌의 비행' 연주영상 히트…일약 '유튜브 스타'로 떠올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빌보드 클래식차트 1위 기록
두 거장 존경과 경외심보다 그들 내면에 잠재된 열정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 은정진 기자 ]
“저에게 바흐는 아버지, 베토벤은 애인 같은 존재예요. 그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으로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들 속에서 끓고 있는 피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임현정(33)은 한국에서 2년 만에 공연하는 리사이틀 ‘바흐, 베토벤을 만나다’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음달 2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는 이번 공연을 ‘클래식계의 두 기둥’으로 불리는 바흐와 베토벤 곡으로 구성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시작으로 바흐 ‘프렐류드와 푸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을 연주한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첫 곡과 제일 마지막 곡을 골랐다. 프렐류드와 푸가는 국내 여러 리사이틀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은 곡이다.
베토벤과 바흐의 피아노곡은 피아노계의 신약과 구약성서로 불릴 만큼 피아니스트에겐 ‘거대한 산’으로 통한다. 임현정은 “음악인들은 베토벤 하면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초상화를 떠올리고 바흐 하면 ‘음악의 아버지’로 숭배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며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는 “실제 두 작곡가의 곡은 한 인간이 사는 삶을 그대로 반영한 마음의 고백”이라며 “그분들 가슴에 뛰던 심장은 내 안에서 뛰는 심장과 다를 게 없다고 믿기에 내 몸과 영혼을 다 바쳐 연주하겠다는 용기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임현정의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천재 피아니스트를 연상케 했다. 한국에서 3세에 음악을 시작한 그는 12세 때 자의로 프랑스 콤피엔느음악원에 입학해 다섯 달 만에 1등으로 졸업했다. 이후 15세 나이에 들어간 파리 루앙 국립음악원에서 최연소로 조기 졸업했다. 이후 파리 국립음악원에 최연소로 입학해 앙리 바르다를 사사하며 최고 점수로 석사에 해당하는 고등교육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국내외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경력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클래식 연주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프로 음악인 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 유튜브에 올린 림스키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연주 동영상이 조회수 수십만 건을 기록하며 일약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유튜브 안에선 스타였지만 정통 클래식계에선 무명이었던 임현정은 2012년 세계적 음반사인 EMI클래식과 정식 계약했다. 1988년 정경화, 1991년 사라 장, 1994년 장한나, 2002년 임동혁에 이어 10년 만에 EMI와 계약한 한국인 연주자다. EMI를 통해 나온 데뷔 앨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은 그해 빌보드 클래식 차트와 아이튠스 클래식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데뷔 이력만큼이나 행보도 특이하다. 지난해 유럽의 한 국제피아노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았다가 부당한 심사 결과를 지적하며 3일 만에 심사를 거부해 화제를 모았다. 연주 활동뿐만 아니라 2016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출판사로 알려진 알방미셸을 통해 음악에 관한 에세이 《침묵의 소리》를 출간하며 북콘서트, 강의 등의 연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