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반도체 호황에 베팅한 JKL…원방테크 투자로 3배 수익

입력 2019-01-22 18:04
PEF의 밸류업 사례탐구

국내 대표 클린룸 전문회사
지분 78% 700억원에 인수
2017년 매출 2배로 '껑충'

NVH코리아에 1600억에 매각


[ 정영효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22일 오후 4시35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원방테크 투자는 실패할 리 없다고 믿었습니다.”(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2014년 1월 클린룸 전문회사 원방테크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투자 성격을 ‘대한민국 대표산업에 대한 베팅’으로 규정했다. 클린룸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정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 미세먼지나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입구에 설치하는 공조 설비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에 없어서는 안 될 설비이기 때문에 두 산업의 성장은 클린룸산업의 성장을 의미했다. 원방테크는 진입장벽이 높은 클린룸 시장을 과점하는 국내 2개 업체 중 하나였다. JKL은 투자 성공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2014년 1월 이 회사 지분 78%를 7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2월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자금도 투입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베팅

JKL의 투자 시점은 절묘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개인용 컴퓨터(PC), 스마트폰 등의 판매량에 따라 3~4년의 호황기와 1~2년의 침체기를 반복하던 산업이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사이클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글로벌 기업들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

삼성 LG SK 등 한국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증설 규모도 차원이 달라졌다. 2016년까지 각각 연간 13조~14조원과 6조원 수준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설 규모가 2017년 한 해 동안 30조원과 10조원으로 급증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매력적이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의 생명은 속도전. 고객사들은 클린룸 납품 업체를 고를 때 원가 절감보다 품질과 시공 일정을 중요시했다. 원방테크는 약 3만3000㎡ 면적에 수만 개의 오염물질 흡입장비(FFU)를 설치하는 대규모 공사를 6개월 만에 해낼 수 있는 국내 2개사 가운데 한 곳이었다.

김용석 JKL파트너스 상무는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이상 원방테크에 확신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각화·글로벌화로 가치 끌어올려

물론 슈퍼사이클과 과점 구조에만 의존해 저절로 기업가치가 오를 것으로 생각한 건 아니었다. JKL은 세 가지 밸류업 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먼저 바이오 클린룸(BCR) 전문 시공사인 옵트를 인수해 BCR 시장에 진출했다. 셀트리온과 같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업체와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의약품 수탁생산(CMO) 기업이 출현하면서 개화기를 맞은 바이오산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였다. 2015년 52억원이었던 옵트의 매출은 2016년 73억원, 2017년 92억원으로 연평균 32%씩 성장하며 원방테크의 가치를 높이는 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 LG SK하이닉스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생산 비중을 늘리자 해외사업도 강화했다. 불투명한 자금관리를 시스템화해 소위 ‘새는 돈’을 막는 대신 성과보상체계는 명확히 했다. 인수 이후 우리사주조합에 지분을 취득할 기회를 줘 직원들과 회사 간 이해관계를 일치시켰다.

JKL이 인수하기 전인 2013년 각각 954억원, 67억원이던 원방테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7년 1901억원, 181억원으로 2~3배 이상 늘었다. JKL은 지난해 60곳 이상의 인수후보를 접촉한 끝에 6월 자동차 부품업체 NVH코리아에 원방테크를 매각했다. 지분 85%의 매각 가격은 1600억원. JKL은 원방테크에 투자한 지 4년 반 만에 배당 등을 포함해 투자금액의 3.06배를 벌어들였다. 내부수익률(IRR)은 28.47%에 달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