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신년 기자간담회
"최저임금, 경제수준 비해 높아"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노조 주장만 수용해선 안돼"
[ 도병욱 기자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이 국민연금의 한진그룹 주주권 행사 검토에 대해 “이번을 시작으로 다른 기업으로 확대될까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2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시적인 일(기업 총수 관련 논란 등)을 놓고 개입할지, 장기적으로 기업경영을 잘해왔는가를 기준으로 개입할지 등 기준을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원칙 없이 경영에 개입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행사 범위 논의를 시작했다. 재계에서는 기금운용위가 사실상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손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1인당 국민총소득 대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다”며 “경제 수준에 비해서는 물론, 국민의 뜻보다도 높게 책정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공익위원들이 사측 의견을 듣기보다 노측에 기울어진 듯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원청업체 및 그 사업주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무한 책임’을 지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데 대해서는 “산업계에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손 회장은 “위험 작업을 다른 업체에 맡기지 못하고 원청사업자가 직접 해야 한다는 건 문제”라며 “외부 전문기업에 도급을 주는 게 더 안전한데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았고, 원청사업자가 사업장 내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논의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노조 주장만 수용해서는 안 된다”며 “노사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동시에 양쪽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또 공정거래법 및 상법 개정안 등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도록 경영계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