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강화 흐름에 재평가
지배구조 개편 앞둔 기업들
배당정책 내놓으면 우선주 부각
보통주 주가와 가격 차이 큰 남양유업우·금호석유우 등 관심
우선주 펀드, 작년 하락장서 선방
[ 오형주/송종현 기자 ] 오는 3월로 예정된 각 상장사의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우선주 투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비교해 배당수익률이 높지만 의결권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우선주 할인폭이 특히 큰 편이다.
하지만 최근 주주행동주의 펀드 출현과 국민연금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이행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우선주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부상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우는 300원(1.96%) 하락한 1만5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주가 하락에도 대한항공우는 연초 대비 14.1% 올라 같은 기간 대한항공 보통주(12.3%)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처럼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정책 강화 등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높아지는 종목을 중심으로 우선주가 상승세를 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여는 삼성그룹과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현대자동차그룹,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을 기다리는 한진그룹 등이 3월 주주총회 전까지 배당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주주들이 요구하고 있는 과잉자본 해소, 유휴자산 효율화, 재무구조 개선 등 조치가 수용돼 배당성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동안 보통주 대비 할인율이 높았던 우선주가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 증시에서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 괴리율(차이)은 평균 10% 미만이다. 하지만 한국 증시에선 삼성전자우(괴리율 약 20%)를 제외하면 대체로 우선주와 보통주 간 괴리율이 35~70%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그만큼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얘기다.
남양유업우는 21일 기준 보통주 종가가 61만8000원인데 우선주는 19만4000원에 불과해 할인율이 68.6%에 달했다. 금호석유우(64.3%), SK케미칼우(63.8%), CJ제일제당우(62.1%) 등도 보통주 대비 우선주의 할인율이 높았다. 윤 연구원은 “배당성향과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대림산업우 금호석유우 한화우 한화케미칼우 현대차우 CJ우 대신증권우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조정장에서도 선방한 우선주 펀드
우선주 투자에 관심은 있지만 배당과 자본차익을 함께 거둘 수 있는 종목 선정에 어려움이 있는 초보 투자자라면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액티브펀드 중 상당수는 배당성향이 높은 우선주를 적극 편입하고 있다. 아예 우선주에만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우선주자’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우선주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TIGER우선주ETF는 수시로 사고팔 수 있는 거래 편의성이 부각되면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2017년 말 182억원에 불과하던 이 ETF의 설정액은 지난 18일 234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신영밸류우선주의 설정액은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779억원에서 720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은 작년 4분기 이후 성과가 반영된 최근 3개월간 두 펀드 모두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TIGER우선주ETF는 이 기간 2.25% 수익을 올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의 조사 대상 363개 인덱스펀드 평균치(-3.69%)를 크게 앞섰다.
신영밸류우선주자는 최근 3개월간 0.24% 손실을 내는 데 그쳐 비교 대상인 537개 액티브펀드 평균수익률(-2.40%)보다 ‘선방’했다.
오형주/송종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