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일본리포트
군마현 자율주행버스 타보니
36명 탑승 미니버스 하루 4번 운행
고령화로 운전기사 부족 겪자, 市·군마大·일본중앙버스 손잡아
"자율주행차를 지역민의 두 발로"
日정부, 범국가적 지원나서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상용화
선수단·관광객 주요 이동수단으로
[ 서정환 기자 ]
치열해진 택시 서비스 경쟁
오랫동안 도쿄의 택시는 비싼 요금과 친절한 서비스라는 상반된 두 얼굴을 지녀왔다. 최근 들어 일본 택시에 대한 고정관념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2㎞에 730엔(약 7450원)이던 택시 기본요금을 1㎞에 410엔(약 4200원)으로 조정했다. 단거리 이용 고객 수요를 늘려 택시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우버 등 카풀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택시업계와 연계한 배차서비스업도 분주한 모습이다. 도요타자동차, NTT도코모, 소니 등 대기업들이 출자해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130㎞가량 떨어진 군마현 마에바시시. 일본 최초로 자율주행 버스 상용화 실증실험을 하고 있는 곳이다. 한 달 전에 취재 요청을 해 어렵사리 성사된 시승이었다. 버스 출발지인 JR마에바시역에 도착한 것은 지난 15일 오전. 주변은 한산했다. 3번 플랫폼에서 낮 12시56분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코너를 돌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차량은 ‘귀여운’ 미니버스였다. 앞부분에는 ‘자율주행실증실험’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루 4회 왕복 운행
차에 올랐다. 70대 남자와 일부러 자율주행 버스를 타고 싶어 왔다는 대학생 두 명이 함께 탔다. 실증실험은 지난달 14일 시작해 오는 3월 말까지 3개월 남짓 진행된다. 이 기간 자율주행 버스는 주 3~4일, 약 30분 간격으로 하루 4회 왕복 운행한다. 마에바시역에서 조모선 주오마에바시역 간 약 1㎞ 구간이다.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터미널을 빠져나와 신호가 바뀌자 직선 도로를 달렸다. 좌석에 앉았을 때 느낀 승차감은 일반 버스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버스 기사 옆에 서서 보면 핸들이 좌우로 빠르게 흔들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운전기사는 핸들을 잡지 않고 손으로 감싸고만 있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버스 기사인 가노 야스유키 씨는 “직선 도로는 자율주행하고 곡선에서는 대부분 수동으로 직접 운전한다”고 말했다. 곡선주행의 경우 기술적으론 가능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란다. 원래 제한속도는 시속 40㎞다. 실험 버스는 20㎞ 이내로 달렸다. 거리가 짧아서인지 10분 만에 종점에 도착했다. 가노 기사는 “자율주행차인지 몰랐다며 신기해하는 승객이 많다”고 전했다. 자율주행 버스는 GPS로 스스로 위치를 파악해 핸들이나 액셀, 브레이크 등을 제어한다.
버스에서 내린 오다 히에아키 씨는 “자율주행차란 걸 알고난 뒤에 차선 변경을 어떻게 하고, 회전은 잘하는지 계속 운전석을 쳐다봤다”며 신기해했다. 내릴 때 낸 요금은 성인 한 사람당 100엔. 일본중앙버스는 2020년 3월에 추가적인 실증실험을 거쳐 상용화할 계획이다.
“민·관·학 연계는 필수”
이번 실증실험은 시와 군마대, 일본중앙버스가 공동으로 하고 있다. 사토 겐지 일본중앙버스 상무는 “시와 일본중앙버스는 기사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공통으로 안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도 머지않아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회사는 수익을 위해, 시는 시민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 노선을 유지해야만 한다. 하지만 운전기사는 점점 더 부족해지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 운송업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구인자 수)은 3.12배에 달한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이번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자율주행 버스의 도심 주행 가능성과 교통에 미치는 영향, 시민 반응 등을 검증하고 있다.
군마대는 일본 대학 가운데 최고의 자율주행 기술력으로 버스 실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 대학은 축구장보다 더 큰 약 6000㎡의 자율주행차 전용 시험주행로를 보유한 ‘차세대 모빌리티사회 구현 연구센터’를 갖추고 있다. 이번 실험용 차량은 NTT데이터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으론 ‘레벨 4(고도화된 자율주행)’에 해당한다. 자율주행차 기술은 운전자가 모든 걸 하는 ‘레벨 0’에서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 5’까지 6단계가 있다. 특정 지역이나 노선에 대해서는 완전 자율주행이 목표다.
이자카 고이치 마에바시 교통정책과 부주간은 “자율주행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지방자치단체와 산업계, 대학 간 연계가 필수”라며 “자율주행차를 ‘지역민의 발’로 만들겠다는 공통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는 미래 성장전략
일본 정부는 자율주행차를 미래 성장전략 산업의 하나로 꼽으며 범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레벨 3’ 이상 자율주행차의 세계 판매 대수는 2040년 4412만 대로, 전체의 33%에 이를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5년 경제인 간담회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선수단과 관광객에게 자율주행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올림픽 때 나리타공항과 도쿄 선수촌, 경기장 간에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계획이다. 5년 전 반신반의한 게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올 정기국회에는 ‘레벨 3’(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주행차 주행이 가능하도록 도로교통법 등 개정도 마칠 예정이다. 한국은 논의만 있을 뿐 정부안(案)조차 없다.
도쿄도는 자율주행 택시인 ‘로봇택시’ 등의 실용화를 돕고 있다. 작년 10월 도쿄 오다이바의 ‘로봇택시’ 등 17건의 실증실험을 지원했다. 2017년 이후 일본 열도에서의 자율주행 실증실험은 오키나와에서부터 홋카이도까지 40여 건에 달한다. 마에바야시 가즈노리 도쿄도 정책기획국 첨단사업추진담당 과장은 “‘자율주행원스톱센터’를 설치해 민간 사업자들이 신청하면 정부 기관, 기초단체와 연계해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에바시=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