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상식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을 뜻한다. 하지만 '보통'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온라인에서 벌어진 설전도 '상식'의 범위가 키워드였다.
시작은 자신을 서울 모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소개한 A 씨가 작성한 글이었다. A 씨는 최근 자신이 활동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건 백치미인가, 아님 백치인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A 씨는 "학벌과 사람됨은 별개로 믿고, 학벌 같은거 신경 안써서 남자친구가 '고졸'이라고 했을 때에도 '그런가보다'하고 신경쓰지 않았다"며 "그런데 상식을 몰라 말이 끊길 때마다 회의가 든다"고 토로했다.
A 씨가 예시로 든 '상식'은 영어단어 'venue'와 '판옵티콘'이었다. A 씨는 "venue같은 기본 영단어도 모르고, 판옵티콘이란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하더라"라며 "이런 거에 거리감 느끼고 실망하는 내가 이상한 거냐"고 물었다.
'venue'는 콘서트, 스포츠 경기, 회담 등의 장소를 뜻한다. 팝옵티콘은 그리스어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성된 단어로 교도소의 한 형태다. 중심에 위치한 감시자가 외곽에 위치한 수감자들을 감시할 수 있지만, 수감자들은 감시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게 설계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충분히 알만한 내용이다"는 측과 "둘 다 알고 있지만 상식은 아니다. 상식과 지식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
일각에서는 "이렇게 무시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이건 상식이냐, 상식이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럴수도 있구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글쓴이의 문제"라며 "꼭 상식 수준이 높은 사람을 만나서 백치나 상식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아보길 바란다"면서 A 씨의 행동을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이런 하잖은 걸로 남을 무시하는 거 보면 인성이 글렀다"며 "상식은 가르치면 되지만, 인성은 고쳐 쓸 수 없다"고 A 씨를 비판했다.
학벌을 이유로 연인 관계에서 상대편을 무시하는 경우는 미디어에서도 종종 비춰질 정도로 낯설지 않다.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모았던 JTBC '밥 잘사주는 예쁜누나'에서도 변호사라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무시하고, 바람을 피웠던 남성이 등장해 공분을 자아냈다.
김재욱 작가는 저서 '사랑은 다큐다'를 통해 "격차가 많이 나는 연인은 상대가 자신을 무시하지 않아도 혼자 열등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괴롭히다 상대까지 힘들게 할 수 있다"며 "격차를 인정하고 감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런 길을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마음의 상처를 견딜 각오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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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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