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
[ 송형석 기자 ] 우주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가 인간뿐일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상상이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공상과학 영화들이 유독 많은 이유기도 하다.
1997년 개봉한 ‘콘택트’(사진)는 외계 문명과의 만남을 그린 영화의 ‘정석’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천문학자로 꼽히는 칼 세이건 전 미국 코넬대 교수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1주일에 몇 시간씩 외계 문명의 존재를 탐색하던 주인공이 베가성으로부터 은하계를 왕복할 수 있는 우주선 설계도를 전송받는 게 영화의 설정이다.
현실 세계에서도 콘택트의 주인공처럼 외계 문명의 흔적을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984년엔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민간 연구기관도 탄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연구소다. 전파망원경으로 외계에서 보낸 신호를 탐지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연구소가 생긴 지 35년이 지났지만 아직 외계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엔 태양계에서 처음으로 관측된 긴 성간(星間·interstella) 천체 ‘오무아무아(Oumuamua)’에 관심이 집중됐다. 긴 막대기 모양의 독특한 외관 때문에 외계 문명의 인공구조물이란 주장이 나왔던 것. 이 논란은 SETI 연구소가 2017년 11월23일부터 12월5일까지 오무아무아를 관측했지만 어떤 전자파 신호도 없었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태양계와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켄타우리(Proxima Centauri)’를 도는 행성 ‘프록시마(Proxima) b’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프록시마 b 행성의 환경을 컴퓨터 모의실험한 결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행성은 2016년 8월 유럽남방천문대(ESO) 천문학자들이 발견했으며 태양에서 4.24광년 떨어져 있다.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지 수치화해 발표하고 있다. 물과 산소가 있고 온도가 적당히 따뜻한 행성일수록 1에 가까운 점수를 받는다. 지구의 이웃 별인 화성이 0.79, 프록시마 b가 0.85에 해당한다. 지구의 환경과 비슷하긴 하지만 생명체가 있을 만한 최적의 조건으로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외계 문명의 발견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행성 모집단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은하의 숫자는 2조 개 안팎이며 은하마다 500억 개가 넘는 행성이 존재한다.
세스 쇼스탁 SETI 연구소 연구원은 2014년 열린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자금사정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향후 20년 내에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