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금융개혁 미흡"
이례적 정부정책 정면 비판
[ 강동균 기자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사진)이 리커창(李克强) 총리 앞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18일 중국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리 총리 주재로 지난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기업인·경제 전문가 좌담회에서 마 회장은 “오늘 나는 알리바바가 아니라 중국기업인클럽과 알리바바 플랫폼의 3000만 개 기업을 대표해 나왔다”며 “제 말이 귀에 거슬릴 수도 있고 별로 듣기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마 회장은 정부가 더욱 강도 높은 감세 정책을 펴고 자본시장과 금융시스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정부 정책의 미진함을 지적했다. 이어 “모든 일을 칼 한 방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기차역이나 공항을 관리하는 식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며 정부 정책에 정교함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리스크 방지라는 것도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며 “경기 하방과 취업 리스크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중국에서 민간 기업인이 최고 지도부 앞에서 정부의 정책 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민감한 발언을 먼저 공개한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마 회장 발언에 리 총리는 “당신의 발언은 원망이 아니라 진정으로 문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귀에 거슬리더라도 정부는 모두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진지하게 들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번 좌담회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민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 민간기업을 달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경기가 급속히 둔화하면서 중국에선 자금난에 빠지거나 파산하는 민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국유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중국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국유기업의 매출은 29조1000억위안(약 4808조원)으로 전년보다 10.1% 늘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