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합 통로' 의심받는 판사 파견, 이참에 없애라

입력 2019-01-17 18:01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의 ‘재판 청탁’ 의혹은 자못 충격적이다. 일부 의원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입법부와 사법부가 ‘법치의 보루’는커녕 불법을 공모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속속 드러나는 사실과 정황들은 의원 개개인의 일탈을 넘어 구조적 국기문란이라는 심증을 들게 만든다.

공정한 재판을 뿌리째 뒤흔드는 청탁이 너무도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커진다. 청탁 대상부터 국회의원 본인과 동료의원은 물론이고 보좌관 지인 등 전방위적이다. 청탁 내용도 마치 담당 판사에게 재판 지침을 전달하듯 구체적이다. 서 의원이 ‘죄목 변경’과 징역형 아닌 ‘벌금형 선고’를 콕 집어서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청탁 전달 과정이 하루 만에 완료될 만큼 법원의 대응이 일사천리였다는 점도 놀랍다.

국회로 파견나가 있는 판사가 어처구니없는 사법농단의 핵심고리가 됐다. 현직 법관이 야합과 로비의 주역으로 타락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파견판사들은 평소에도 의원실 보좌관들을 접대하고, 국정감사 질문을 염탐·조율하는 등 ‘대국회 업무’를 도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고위층의 국회 출석 시 의전도 이들의 몫이다.

파견판사 폐지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서 의원이 청탁한 재판은 그의 요구대로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고법원 문제를 상담하던 중 자신의 보좌관 재판을 청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두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훼손이다.

법원은 국회 외에도 청와대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 여러 기관에 판사를 파견 중이다. 청와대 국회 등에는 자진 퇴직 형식으로 파견한 뒤 금의환향시키는 편법도 쓰고 있다. 작년에는 헌법재판소 파견판사가 헌재 내부 정보를 대법원으로 빼돌렸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공정한 재판을 수행하는 데 다른 권력기관들과의 업무협조는 필요하지 않다. 오직 법률과 법관의 직업적 양심에 따르면 그만이다. 검찰의 재수사와 함께 김명수 대법원장의 전향적인 후속조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