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문샷싱킹과 담대한 혁신

입력 2019-01-17 17:38
권영설 논설위원


[ 권영설 기자 ] 모든 면에서 유리해 보이는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밀려나거나 때로는 무너지는 놀라운 변화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대기업은 기존 사업에 집착하게 돼 있다. 계속 키워 가기만 하면 성공한다고 믿고 연 5~10% 성장만 해도 만족한다. 그러나 “10% 성장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10% 성장이 왜 위험한가. 그런 점진적인 성장이 더 클 수도 있는 기회에 대해 눈감게 하기 때문이다. 업계 1등, 국내 1등에 만족하는 ‘안락지대(comfort zone)’가 곧 죽음의 계곡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업은 경쟁하는 존재고, 시장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를 좋아한다.

“평범한 기업들이 1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때 위대한 기업들은 그 두 배인 2달러를 절감하고 1달러만큼 재투자했다”(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는 말대로 기업의 격(格)은 고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10% 향상 아니라 10배 목표로

달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개선할 것이 아니라 아예 달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 ‘문샷싱킹(moon shot thinking)’의 골자다. 문샷싱킹은 구체적인 방법론이라기보다는 전략 방향이다. 회사가 그런 방향성이 있을 때라야 획기적인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경쟁자가 하는 것보다 조금 낫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무의미한 신시장을 창출하자는 ‘블루오션전략’, 판을 바꾸는 도전을 촉구하는 ‘빅싱크 전략’, ‘불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마스터풀 코칭’이 모두 문샷싱킹에 기반한 경영 혁신론이다.

문샷싱킹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대표적 사례가 구글의 첨단 프로젝트 연구소인 구글X다. 구글X에선 ‘거대한 문제’를 ‘급진적인 해결책’과 ‘획기적인 기술’로 해결하는 게 목표다. 구글X의 ‘프로젝트 룬’을 예로 들면 아프리카 오지 사람들이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통신장비를 실은 애드벌룬을 띄웠다. 기지국을 세우고 통신장비를 보급하는 식의 일반적인 생각으론 몇 년이 걸릴 일이었다.

'불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힘을

점진적인 개선에는 땀이 필요하지만, 획기적인 혁신에는 머리와 가슴이 필요하다. 때로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완전히 탈바꿈하는 변신이 요구되기도 한다. 하루 10m를 기어가기도 힘든 애벌레에게 1㎞를 이동하라는 과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애벌레가 스스로 나비인 것을 깨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애벌레는 나비가 되고 폭발적인 도약, 즉 퀀텀리프(quantum leap)가 이뤄지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경기 침체에 얼어붙어 있다. 10% 성장이라면 감지덕지로 여길 사람도 많겠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10%가 아니라 10배의 성장을 목표로 삼으면 기존 방식은 완전히 버려야 한다. 해오던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인수합병을 추진해야 한다. 혼자 할 것이 아니라 여타 사업자들과 협업도 검토해야 한다. 이업종 회사들과 협업하고 전혀 다른 분야 기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담대한 혁신이라야 불황을 이겨내고 새로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최근에는 문샷싱킹이 정말 필요한 분야가 생겼다. 미세먼지다. 오염물질 발생량을 조금 줄이는 것으로는 절대 해결 안 될 문제다. 화성 정복을 꿈꾸는 일론 머스크처럼 미세먼지 문제를 문샷싱킹으로 해결하겠다는 ‘여유있는’ 기업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