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금지연 사태' 가상화폐거래소 올스타빗, 인천까지 달려간 피해자들

입력 2019-01-17 12:43
수정 2019-01-18 02:35

수개월째 출금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올스타빗 이용자들이 항의집회를 열고 직접행동에 나섰다. 출금지연을 비롯한 각종 의혹과 관련해 거래소측 명확한 해명과 함께 올스타빗에 대한 당국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16일 오후 3시30분경 올스타빗 운영사 올더마스터가 위치한 인천 가정동 신축 상가건물 앞. 추운 날씨에도 올스타빗 이용자 10여명이 모여 “올스타빗은 출금금지·출금대기 해명하라” “올스타빗은 암호화폐 유통량 투명하게 공개하라” “올스타빗은 투자자 동의 없는 아토믹스왑(암호화폐간 일정 비율의 교환) 복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올스타빗 피해대책위원회 김성환 위원장(27)은 “작년 9월부터 제때 출금이 안 됐다. 고질적인 문제”라며 “제대로 된 해명도 없고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아 대책위까지 꾸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참여 이용자 총 60여명의 피해 추정액은 3억원 규모. 출금지연 이전 피해 원금은 10억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거래소가 출금을 해주지 않고 잠적하면 이용자가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마땅찮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피해자들이 인천까지 달려와 직접행동에 돌입한 것은 이같은 불안감이 커져서다. 김 위원장은 “올스타빗과 올더마스터는 서로 무관한 별개 법인이라더니 집회를 준비하자 여기(올더마스터)에 고객센터를 확대 운영한다고 공지했다. 의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집회 참석자 가운데는 수도권뿐 아니라 멀게는 부산에서 온 피해자도 있었다. 이들은 “이전한 사무실이 찾아오기 어렵고 눈에도 잘 안 띈다. 잦은 (이용자) 항의 때문에 외진 곳으로 사실상 피한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올더마스터가 7층과 9층을 사용하는 건물 인근은 루원시티(가정) 도시개발사업 단지조성공사 중이라 접근성이 떨어졌다. 주위가 공사 현장으로 둘러싸여 인적이 드물고 현장 관계자와 건설 중장비들만 오갔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건물에는 공실이 많았다.

올스타빗 고객센터로 운영되는 건물 9층엔 출금 문의차 찾아온 중장년층 이용자가 상당수 대기 중이었다. 사무실 앞에선 상담직원이 아닌 경비보안업체 요원이 상담 내용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받았다. 7층으로 내려가보니 한 층 전체가 상호만 적힌 유리창 너머로 사무실이 텅텅 비었다.

김 위원장은 “피해 사실을 확실히 입증하려면 올스타빗 서버가 공개돼야 한다. 결국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면서 “항의집회 언론 보도로 피해 사실을 다른 이용자들에게도 알리려 한다. 이를 통해 민·형사 고소장을 모아 한꺼번에 접수하면서 빠른 수사를 청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직장인 피해자가 다수 참여할 수 있게끔 주말인 오는 20일까지 이곳에서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올스타빗은 집회가 열린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책위 요구사항 중 하나인 암호화폐 발행량과 유통량을 공개하면서 “유통량을 제외한 수량은 콜드월렛(망 분리된 암호화폐 지갑)에 보관돼 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거래소측 주장일 뿐, 진위 확인이 안 돼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인천=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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