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붉은 달 푸른 해'가 남긴 것은? 남규리 액션·나영희 존재감

입력 2019-01-17 11:53


MBC ‘붉은 달 푸른 해’가 종영했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구하고, 가해자를 살해하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촘촘하고 완벽한 구성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김선아의 감정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사고로 송두리째 삶이 바뀐 후 시시각각 변주하는 차우경이라는 캐릭터를 김선아는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했다. 사고를 겪고 난 이후 미스터리한 녹색 소녀를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으로 인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또 다른 의문을 갖게 되고, 이를 스스로 추적하는 차우경은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려고 하는 인물이었다.

남규리의 열연도 매회 화제를 모았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은 씬스틸러로 등장,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남규리는 말이 별로 없는 시크한 형사 역을 맡아 외모나 패션을 내려놓고, 액션 연기를 입음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남규리는 연한 베이스 메이크업으로 민낯 수준 형사 캐릭터를 소화했다. 강도 높은 액션연기는 물론 슈퍼바이크 액션까지 직접 소화하며 차세대 액션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범죄자도 끝까지 쫓으며 때려잡는 열혈 형사지만 아동학대 피해자와 함께 울어줄 만큼 가슴이 따뜻한 인물이었다. 아동학대 피해자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전수영이 어릴 때부터 이복 오빠로부터 학대를 받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중견배우 나영희도 대체불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붉은 달 푸른 해' 최종회에서는 허진옥(나영희)과 녹색 소녀, 붉은 울음을 둘러싼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 나영희는 김선아와 함께 마지막까지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불꽃 튀는 열연을 펼치며 명품 배우의 내공을 입증했다.

나영희는 공포에 질린 표정부터 표독스러운 눈빛까지 급변하는 감정들을 밀도 있게 담아내며 미스터리한 새엄마 허진옥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전작 ‘뷰티 인사이드’ 속 우아함을 겸비한 반전 코믹캐릭터를 연기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나영희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이어가는 모습, 김선아를 대하는 태도 등 병적으로 느껴질 만큼 히스테릭한 허진옥을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갑고 독하게 표현해냈다. 반면 친딸 오혜원을 바라보는 눈빛은 애틋했다. 순식간에 다양한 감정을 변주하는 나영희의 입체적인 연기 덕분에 마지막까지도 허진옥이라는 인물은 그 속을 다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남기며, 드라마의 강렬한 여운을 더했다.

잔혹한 아동학대의 현실을 그린 ‘붉은 달 푸른 해’는 방송 내내 뚜렷한 주제의식을 보여주며 강력한 충격과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저지른 잔혹한 학대와 방임, 그 안에서 숨죽인 채 상처받는 아이들에 대해 시청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