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성과 보고 의료수가 지급 '경향심사' 놓고 정부·의료계 갈등

입력 2019-01-16 17:26
정부 "환자 진료비 부담 감소"
의사협회 "제도 졸속 도입"


[ 양병훈 기자 ] 병원이 환자를 진료한 뒤 의료보험료를 지급받을 때 치료 성과를 감안하는 ‘경향심사’ 도입을 앞두고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의료계의 요구대로 의료 수가를 제대로 쳐주겠다는 취지로 도입되는 제도인데 반발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오는 3월 의료보험 수가 산정에 경향심사를 도입한다고 16일 밝혔다. 고혈압, 당뇨병,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슬관절(무릎)치환술,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초음파 촬영 등 일곱 가지가 우선 적용 대상이다.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해 약 5년 뒤에는 전체 급여 항목에 적용할 방침이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입원 환자의 실질 보장률은 50% 정도인데 경향심사를 통해 70%까지 높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경향심사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험 수가 지급 기준을 강행규정에서 권고규정으로 대체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특정 치료는 3회까지만 보험으로 보장한다’는 일률적 강행규정을 적용했다. 환자 특성상 3회 초과 치료가 필요해도 병원이 수가 삭감을 걱정해 치료를 해주지 않거나, 환자의 동의를 얻어 환자 전액 부담으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제때 필요한 치료를 하지 못해 입원율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의료비가 더 지출됐다는 게 복지부 판단이다.

경향심사는 3회 진료를 권고할 뿐 의사 판단에 따라 4회 이상 진료를 해도 원칙적으로는 병원에 보험료를 지급한다. 그렇다고 무한정 보험료를 지급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권고에서 벗어나는 진료 횟수가 많고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세부 심사에 들어간다. 병원에서 의무기록을 제출받아 해당 진료가 적절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진료의 적정성은 심평원 본원에 설치되는 전문분과심의위원회(SRC)와 심평원 지원에 설치되는 전문가심사위원회(PRC)가 판단한다.

심평원은 경향심사를 통해 당뇨병은 연간 11만 명에서 5만6000명으로, 고혈압은 4만 명에서 2만9000명으로 입원환자를 줄여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의료계는 경향심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종혁 의사협회 대변인은 “일부 논의 과정에 의료 전문가가 아닌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며 “해당 진료가 적절한지를 판단하려면 의무기록을 심평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도 의사들과 전혀 상의가 안됐다”고 말했다.

의료수가 현실화는 의료계가 줄곧 주장해온 사안이다. 한 전문가는 “경향심사를 통해 수가가 삭감된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진료를 잘못한 것으로 판명 나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의료계가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