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영업마케팅·디지털 분야 채용은 활발할 듯
국내 주요기업 인사담당자 10명중 8명은 올해 취업시장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어두울 전망”이라고 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기업인사담당자 절반은 “IT(정보통신)디지털·연구개발 분야 인력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5일 국내 대기업 주요계열사 10곳, 공공기관 10개사, 금융기관 6개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2019년 일자리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4.6%는 “올해 취업시장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어둡다”고 응답했다. “지난해보다 취업시장이 밝다”라고 답한 인사담당자는 11.5%에 그쳤다. 다만, 공무원·공공기관들은 올해도 역대최대 인원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15.4% “지난해보다 신규채용 20%줄것”
당장 3월부터 시작되는 상반기 공채에 대해서도 35%는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없다”며 전했다. 특히 인사담당자 15.4%는 ‘신규채용이 지난해보다 20%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채용방식은 ‘신입공채를 통해 뽑겠다’는 응답이 65.4%로 여전히 높았다. “국내 대기업들이 채용을 통한 사회적 책임”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비해 수시채용을 통한 경력직 채용은 23.1%에 그쳤다. 채용수요가 많은 분야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영업·마케팅’이 각각 26.9%로 가장 높았다. 연구개발(R&D),프로그램 기획·개발 채용도 각각 23.1%로 높게 나왔다.
채용절차에선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면접을 더욱 강화하겠다’(80.8%)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많았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채용시 지원자의 학벌, 신체조건 등의 스펙보다 인성,적성, 실력중심의 객관적 평가를 통해 선발하는 채용방식이다. 인사담당자의 34.6%는 “방향은 옳지만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이 지원자의 선입견을 배제해 채용의 공정성을 가져온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급작스런 도입으로 열심히 스펙을 쌓아온 지원자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된 채용제도였다”고 꼬집었다.
◆공무원·공공기관 ‘맑음‘ 민간기업 ‘흐림’
공무원·공공기관 ‘맑음‘ 민간기업 ‘흐림’. 인사담당자들이 밝힌 올해 취업시장 기상도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 4000명 증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따라 지난해(공무원 6만 3677명 선발)에 이어 올해도 공무원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은 올해 2만 3284명을 신규채용한다. 역대 최대규모다. 이런 정부주도 일자리 창출에 대해 인사담당자 10명중 8명은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보다 민간기업들이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지난해 갑작스런 채용확대로 합격자를 어디에 발령내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지방이전 공기업에 입사하려고 지방대학들은 ‘공기업 취업반’을 만들정도로 대학 교육이 파행으로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는 ‘국내외 경기침체와 불투명한 경기전망’을 꼽았다. 응답자 10명중 6명(65.4%)은 ‘국내외 경기침체와 불투명한 경기’로 명확한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주 52시간 근무제를 비롯한 미·중 무역전쟁, 세계경제 성장률 저하 등이 채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고용시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42.3%), ‘최저임금 급격한 인상’(18.2%)이 지난해에 이어 주요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선 응답자 절반이상이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점수 평가를 묻는 질문에 38.5%가 ‘C학점’ 11.5%가 ‘D학점’으로 응답해 절반의 응답자가 낮은 점수를 줬다. 심지어 ‘F학점’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3.8%에 달했다. 반면 B학점은 34.6%였고 A학점은 3.8%에 불과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