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을 놓고 대립이 이어지면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25일째를 맞은 가운데,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사진 찍기용'이라며 보이콧하면서 대치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백악관 오찬 회동 초청이 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갈라놓기 위한 노림수라고 판단하고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 '투톱'의 지휘 아래 단일대오를 다지는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장벽 예산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셧다운 사태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중도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을 포함해 백악관의 초청을 받은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이 민주당에 불리할 것이라고 보고 당내 단합을 위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집단 불참을 결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불참을 결정한 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백악관에서 함께 오찬을 할 기회를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에게 제공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민주당 인사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화당 인사들과 업무 오찬을 하며 국경의 위기상황을 풀고 정부의 문을 다시 열 방안을 논의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민주당이 테이블로 나와 합의를 할 차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는 "큰 새로운 캐러밴(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이 온두라스에서 우리의 남쪽 국경으로 향하고 있다. 오직 장벽만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또 셧다운 책임을 돌렸다.
그는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급여를 못 받는 때에 "낸시 펠로시(하원의장/민주당)는 왜 봉급을 받고 있나"라고 하기도 했다. 이는 셧다운 해결이 지연돼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무급으로 일하는 등 급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세비를 받는 것을 연결 지어 '민주당 책임론'을 거듭 부각하고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에 민주당 의원들이 백악관 오찬회동을 보이콧하면서 펠로시 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의 단결력을 과시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장벽예산 대치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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