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공론화로 정리됐다"는 靑 답변, 사실 아니다

입력 2019-01-15 18:05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원전 문제는 공론화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리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김 대변인이 말한 공론화위원회란 2017년 10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지, 신한울 3·4호기 공사나 ‘탈(脫)원전’ 자체를 다룬 게 아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공론화를 설계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번) 공론화위 활동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국한된다”고 말한 데서도 확인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라는 공론화위 권고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정부가 탈원전에 대해 신중히 접근하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며칠 뒤 정부는 그런 기대를 뒤엎고 ‘탈원전 로드맵’을 내놨다.

졸속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공론화위가 원래 논의하기로 했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 범위를 벗어나 포함된, ‘원전 축소·유지·확대’를 묻는 부수적인 문항에 대한 응답에서 원전 축소(53.2%)가 확대 또는 유지(45.2%)보다 높게 나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가 아니라 탈원전 자체를 주 이슈로 다뤘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신한울 3·4호기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 설명과 달리 탈원전도, 신한울 3·4호기도 공론화로 정리된 게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탈원전을 밀어붙였고 그 부작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원전산업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고 해외 원전 수주 또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향후 원전 비중 변화’를 묻는 질문에 확대 또는 유지( 67.9%)가 축소(28.5%)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탈원전 반대 서명도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23만 명을 넘어섰다. 공론화와 관련한 사실까지 왜곡하는 청와대의 탈원전 오기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