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코스콤·증권금융 등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급증
5년전 정부 반대로 명퇴 못해…젊은 직원과 세대갈등 문제도
[ 강영연 기자 ]
1988년 한국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88년 말 코스피지수는 907.2로 전년(525.11) 대비 73% 급등했다. 증권회사 창구에는 투자자가 몰렸고, 증권사와 유관기관들은 앞다퉈 인력을 보강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 입사한 사람들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을 나이가 되면서 이들 조직이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수시로 희망퇴직을 받는 증권사와 달리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대부분 정년까지 근무하는 유관기관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직원 22명이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만 57세부터) 적용을 받는다. 지난해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23명)과 팀장 부서장 등의 업무를 하다 일반 직원으로 내려온 직책정년제 대상(30명)을 합치면 75명이 보직 없이 근무한다. 전체 임직원(670여 명)의 10%가 넘는다. 예탁결제원이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전자증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본부 전체 인력(41명)보다도 2배 가까이 많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임금이 낮아졌는데 기존에 하던 업무를 맡길 수는 없고, 젊은 직원들이 주로 하는 실무를 시킬 수도 없어 그때그때 필요한 단순 업무를 주로 맡긴다”고 말했다.
다른 유관기관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코스콤은 전체 임직원의 20% 정도가 수석(부서장급)과 차석(팀장급)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맡은 직책이 없다. 임금피크에 들어가는 직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코스콤 전체 인원의 2% 정도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는데 올해는 4%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증권금융도 임금피크제(만 55세부터) 적용을 받는 인원이 지난해 11명에서 올해 17명으로 늘어난다. 전체 직원(374명)의 5%에 달한다. 한국거래소는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 유관기관 중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및 보직이 없는 직원 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 세대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해도 이들의 월급이 대리 과장 등 실무급보다 높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 수를 마냥 늘릴 수 없어 신입사원을 뽑는 데도 제한이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필요해 2014년께 희망퇴직을 시행하려고 했으나 정부 반대로 하지 못했다”며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