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법연수원 수료생 중 절반이 미취업 상태로 사회에 나오게 됐다. 법조 시장 침체와 변호사 수 증가 등이 맞물려 변호사들에게도 ‘취업 한파’가 불고 있다.
14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원장 성낙송) 대강당에서 열린 제48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은 ‘취업 한파’로 우울했다. 전체 수료생 117명 중 군 입대 인원을 제외한 112명 대비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53명(47.3%)으로 절반을 밑돌았다. 지난해 취업률 50.6%(150명 중 76명)과 비교해 3.3%p 떨어졌다.
최근 10년간 사법연수원 수료생 취업률은 40~50%대에서 고전 중이다. 2012년 취업률이 40.9%로 떨어진 후 2016년(56.1%)과 2018년(50.6%)을 제외하고는 줄곧 40%대를 기록했다. 올해 여성 수료생 취업률은 38.0%로 전체 평균에 훨씬 못 미쳤다.
이 같은 낮은 취업률은 법조 시장 침체와 더불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인한 변호사 수 증가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중소형 법무법인(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들은 특히 지난해 들어 검찰의 ‘적폐 수사’ 집중 등으로 형사사건 수가 줄어든 탓에 수임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012년부터 매년 로스쿨에서 변호사 1500명씩을 배출한 것이 누적돼 경력 변호사들도 넘치는 상황인데 굳이 신입을 뽑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한해 배출되는 법률가의 수가 급증함에 따라 법률가들이 설 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며 “이제는 법률가가 매우 특별한 직업이 아니라 사회 어느 분야에서도 활동해야만 하는 보편적 직업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법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오늘 밝은 미래만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선배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도 했다.
한편 직장을 구한 수료생 가운데 검사로 임용된 인원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 △로펌 15명 △법원 재판연구원 11명 △국가·공공기관 5명 등 순이었다. 이날 수료식에서 사법연수원 성적 수석으로 대법원장상을 받은 김진수 씨(30)와 차석으로 법무부장관상을 받은 이제하 씨(31)는 둘 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취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