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농밀해진 미세먼지 연구

입력 2019-01-14 10:42


새해부터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화력발전소 출력을 제한하거나 살수차량을 운행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잇따라 시행하고 '비상 문자'로 국민에게 건강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마스크' '미세먼지 나쁨' 등이 매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하루종일 화제다. 증시에서는 미세먼지주(株)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기업의 대처법도 갈수록 정밀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15일 '실내공기품질 융합연구단' 현판식을 갖는다. 앞으로 4년간 130억원가량이 연구에 투입된다.

실내공기품질 융합연구단은 지하철 역사나 공공건물 내 공기를 관리하고,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단의 경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나선다.

기업들은 미세먼지가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보고 장기 전략을 짜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4일 미세먼지연구소를 세웠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안에서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부터 측정·분석 그리고 포집과 분해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이클을 이해한 뒤 단계별로 기술적인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게 연구소의 목표다.

LG전자의 경우 삼성보다 더 빠르게 '공기과학연구소'를 차렸다. 지난해 10월, 가산R&D캠퍼스에 설립됐다. 이 연구소는 집진, 탈취, 제균 등 공기청정을 위한 핵심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한 첫 기업이다. 이 시스템은 '공기의 질'까지 서비스해야 한다는 스타벅스의 판단에서 탄생됐다.

스타벅스는 1년 전부터 '미세먼지 제로 프로젝트'에 돌입해 인테리어와 기능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매립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LG전자와 1년간 협업과 테스트를 거쳐 2018년 4월, 드디어 첫 제품을 매장 천장에 달았다.

'브랜드 가치'는 치솟고 있다. 가전 분야에서 인기가 없던 공기청정기의 몸값은 크게 뛰었다. 지난주 브랜드가치 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 평가지수 BSTI(Brand Stock Top Index)에서 코웨이 공기청정기는 788.2점으로 선두였고, 위닉스 공기청정기는 2017년 부문 최하위에서 2위(759.8점)로 올라섰다.

공기청정기의 판매량은 작년 한 해 동안 250만대(전년 대비 80% 성장)를 넘어섰고, 에어컨·가습기·제습기 역시 공기청정을 기본사양으로 탑재하지 않으면 팔리기 어렵게 됐다. 옷에 묻은 미세먼지를 털어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서 의류관리기와 건조기도 덩달아 인기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세먼지의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의 경우,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이동해 혈관과 세포에 침투할 수 있다. 그 유해성이 심각한 데도 속 시원한 해결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더욱이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공기가 지표면에 가까운 하층부에 주로 머문다. 더운 공기가 대기권 상층부로 올라가는 여름철과 대비된다. 미세먼지 농도를 희석시키는 겨울바람이 약해지면 대기확산이 잘 안 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노약자와 어린 아이들에겐 미세먼지가 '저승사자'와 같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댄 만큼 농밀(濃密)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해 본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