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는 불법 만화웹…"배후엔 거대 카르텔"

입력 2019-01-13 18:11
만화 불법복제웹 '마루마루' 폐쇄 전부터 유사 사이트 활개

'공급자'가 만화 원본 구해오면 '역자'가 번역, '식자'가 편집
음란물·도박 등 불법업체가 광고…'마루마루' 운영자는 12억 수익

"사이트만 없애선 근절 못해"


[ 이수빈 기자 ] 만화 불법복제사이트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경찰 등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운영자를 입건하고 사이트도 폐쇄했지만 금세 되살아난 것이다.

특히 폐쇄된 ‘마루마루’를 대체하는 유사사이트 망가쇼미는 지난해 11월부터 등장해 이미 하루 페이지뷰가 수십만 건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불법복제사이트를 차단하려면 공급자-운영자-광고주 등으로 이어지는 공급사슬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리투아니아에 서버 두고 불법 복제

망가쇼미는 사이트 도메인을 마루마루가 폐쇄되기 전날인 작년 11월20일 등록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마루마루가 폐쇄될 것을 미리 알고 비슷한 사이트를 열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이유다. 리투아니아에 서버를 둔 망가쇼미는 마루마루와 같은 구조로 설계됐다. 사이트 운영자 등이 해외에서 만화 원본을 구해오면 ‘역자’가 일본어를 번역하고 ‘식자’가 포토샵 작업으로 일본어가 그려진 부분을 한글로 바꾼 뒤 편집한 이미지를 사이트에 올리는 방식이다. 문체부가 적발한 마루마루 역시 서버가 미국에 있었고, 역자와 식자를 통해 만화를 번역하는 방식으로 4만2000건에 이르는 불법복제 만화를 홈페이지에 올려 공유해왔다.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는 불법복제사이트를 엄단하겠다고 선포했지만 이런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망가쇼미에는 하루 20~30건 새로운 만화가 올라오고 있다. 모두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불법복제물이다. 운영방식은 마루마루보다 치밀해졌다. 운영자는 사이트 메인에 텔레그램 아이디를 올려놓고 “사이트가 막히면 텔레그램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트위터를 통해 대체 사이트를 알려주겠다”고 공지해놨다.

웹사이트 방문자와 페이지뷰 수를 추정해주는 ‘웹사이트 인포머’에 따르면 망가쇼미 하루 방문자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하루 페이지뷰는 그 10배인 20만 건이다. 사이트를 제대로 운영한 지 한 달 남짓 지났는데도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얘기다.

거대 공급사슬 끊어야

정부 단속에도 고개를 내미는 불법복제 사이트는 망가쇼미뿐만이 아니다. ‘마루마루2’ ‘뉴토끼’ 등 새로운 불법공유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불법공유사이트가 생겨나는 이유는 광고수익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찰 조사 결과 마루마루 운영자는 누적 광고 수익으로 12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를 통해 접속자들이 사이버 도박·피싱 등 또 다른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불법공유사이트에 광고를 거는 광고주는 온라인도박, 음란물 등을 제공하는 불법 업체가 대부분이어서다. 망가쇼미도 만화 공유사이트처럼 보이지만 온라인 사설 도박사이트를 여럿 홍보하고 있다. 자신들이 보증하는 사이트라며 불법도박사이트 접속을 추천하는 게시물까지 올리고 있다.

결국 만화 원본을 확보해 스캔하는 공급자-역자·식자-만화공유사이트-광고주에 이르는 거대한 공급사슬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사이트만 없애서는 이런 구조가 사라지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사이트를 개설하는 건 식은 죽 먹기고, 광고 수입도 짭짤하기 때문에 자꾸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법복제에 가담하는 공급자와 광고주까지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