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매물로 나온 '넥슨'…"결국엔 中기업 될 겁니다"

입력 2019-01-13 07:30
수정 2019-01-14 08:24
매각 방식 놓고 다양한 해석
컨소시엄, 사모펀드 등 유력
어떤 경우에도 중국 자본 개입 불가피
"매각 취소 말고는 뾰족한 방법 없어"




"결국엔 중국 기업이 가져갈 겁니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 매각에 대한 전문가들 다수의 의견이다. 다자간 컨소시엄(공통의 목적을 위한 조합), 사모펀드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중국 자본의 개입은 막을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매각 취소를 하거나 중국 매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정주 NXC 대표가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넥슨 지주사 NXC 지분 전량(98.64%)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향후 매각 방식에 관심이 높다. 중국 텐센트, 미국 월트디즈니 등이 전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부터 매각 철회, 부분 매각, 사모펀드, 컨소시엄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유력한 방식으로는 컨소시엄이 꼽힌다. 컨소시엄은 유력 업체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업체들과 모여 지분을 나눠갖기 방식으로 최근 기업 M&A(인수합병)에서 선호도가 높다. 특정 업체의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어 매도자의 부담이 적고 자금 마련도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운 국내 여론을 의식할 때 가장 유력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텐센트가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텐센트 매각과 별반 다른 게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지분을 나눠 가진 다른 업체들도 참여하지만 훗날 텐센트가 넥슨 주식을 추가로 인수할 경우 통째로 매각한 것과 다른 게 없기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텐센트가 넥슨을 직접 인수하는 건 서로에게 부담스럽기 때문에 컨소시엄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평가한다.

위 학회장은 "텐센트에 넥슨이 통째로 넘어갈 경우 김정주 대표는 한국 게임산업을 중국에 팔아 넘겼다는 오명을 뒤짚어 쓸 수 있다"며 "이는 김 대표가 절대로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통째로 매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자간 컨소시엄 가능성이 높은데 이마저도 텐센트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가장 기피하는 방식인 '사모펀드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헤지펀드라고도 불리는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보다 단기적인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사모펀드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구조조정과 분할매각은 불가피해진다.

다만 이 또한 홍콩이나 미국의 사모펀드를 전면에 내세운 텐센트의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 자본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국민 여론이 극단으로 악화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텐센트가 존재를 숨기고 사모펀드를 통해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위 학회장은 "디즈니 같은 콘텐츠 기업이 인수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디즈니+사모펀드+텐센트' 같은 다자간 컨소시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중국 자본의 개입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넥슨의 중국 매각이 아닌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스튜디오 대표는 "사실 넥슨의 중국 매각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게임시장 주도권은 이미 중국에게로 넘어갔다"며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의 경쟁에서 국내 게임산업이 내세울 전략이 있는지 되물어봐야 한다. 문제는 외부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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