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사건일까, 동물 학대일까.
지방에 살고 있는 A 씨는 "같은 층 코너 원룸에 살고 있는 분이 이달 초에 이사를 오셨는데, 2주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며 "이전까지 행거나 수납장 등 집안 살림을 택배로 받는 걸 봤는데, 집 앞 택배가 2주째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온라인에 글을 게재했다.
A 씨는 또 "얼마 전부터 복도랑 계단에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났다"라며 "반려동물 배설물 냄새도 아닌 복합적인 썩는 내가 났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 집에서 개를 키우는데, 근래엔 지나가기만 해도 사납게 짖었는데, 어제는 조용했다"라고 덧붙였다.
A 씨는 "괜한 오지랖인가 싶다가도 방치하는 건 아니다 싶다"라며 "남의 사생활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조언을 부탁했다.
하지만 추가로 올라온 A 씨의 글을 통해 원룸에 살고 있는 집 주인은 살아 있었고, 장기간 출장을 떠나면서 반려견을 혼자 남겨 놓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해서 별일 아니면 다행인 일인 거 같아서 문자로 신고를 했고, 담당 경찰관에게 연락이 왔는데 다행히 이웃분은 괜찮다고 한다"라며 "연말이고, 출장을 길게 다녀왔다고 전달받았다"라고 후기를 적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의심이 가는 게, 출장을 2주 넘게 가면서 개를 그냥 두고 가기도 하냐"라며 "제가 동물을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다"고 물었다. 또 "썩은 내, 쾌쾌한 내, 불쾌한 내, 그런 복합적인 냄새가 났는데, 정말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그게 뭐였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글을 본 몇몇 사람들은 "집 주인이 살아있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집 내부에 있는 강아지도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2주 넘게 반려견이 홀로 집을 지킨 것에 대해서는 "명백한 동물 학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몇몇은 "지금이라도 강아지를 구출해야 한다"라며 "주인이 잘 살아있는데도 반려견을 방치했다면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면서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새로 입양하면 유급휴가까지 주는 미국에서는 2주 이상 반려견을 홀로 집에 방치하는 건 당물 학대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지난해 1월 미국에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졌을 당시 오하이오주, 펜실베니아주 등 몇몇 주에서는 "반려동물 관리에 소홀해 개집 등에 동물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 동물학대로 기소할 것"이라고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동물 학대행위를 방지하고 적정하게 보호, 관리하기 위해 동물 보호법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을 위반 기준도 애매해고, 심지어 잔인하게 살해해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동물학대가 강력범죄로 이어진다는 통계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몇몇 선진국들도 흉악 범죄 예방을 위해 동물학대범을 강력처벌하고 관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부터 동물학대를 반사회적 범죄로 분류하고, 동물 관련 범죄의 통계화 작업을 시작했다. 호주, 영국, 일본 등도 동물학대 범죄 처벌 강도가 높은 국가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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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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